독립기념관장 논란에 광복회장 "광복절 행사 안가…대통령 주변에 밀정"
by박종화 기자
2024.08.11 15:07:49
독립기념관장 뉴라이트 논란 두고 정부-광복회 충돌
'반일 종족주의 저자' 한중연 원장 임명 두고서도 갈등
광복회장 "정부, 건국절 하자는 것"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두고 정부와 광복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겠다고까지 밝혔다.
이 회장은 10일 광복회 학술원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김 관장 논란에 대해 “‘이런 상태로 광복절 행사에 나갈 수가 없다. 정부가 근본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공식적인 광복절 행사에 안 나가겠다’고 (대통령실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을 대표하는 광복회장이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는 건 1965년 광복회가 설립된 이래 처음이다. 이 회장은 광복절 전날인 14일 윤 대통령이 주최하는 독립운동가 후손·독립유공단체 초청 오찬에도 불참하겠다고 했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도 조국혁신당도 정부 광복절 기념식 불참을 선언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불참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과 광복회 간 대립은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가 임명되면서 격화했다. 광복회는 ‘광복은 1945년 8월 15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다’, ‘일제강점기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국민은 일본 국적이었다’는 김 관장 발언을 들어 그가 뉴라이트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억울하게 친일 인사로 매도되는 분이 있어선 안 되는 만큼 앞으로 학계에서 진지하게 토론하고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란 취임 일성도 논란이 됐다.
김 관장은 자신은 뉴라이트 인사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건국 기점 논란엔 “나는 대한민국의 건국은 1919년부터 시작해 1948년 8월에 완성이 됐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국적 발언에 관해선 “국적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니냐고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정부와 광복회 사이의 갈등은 지난해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활동을 이유로 교내에 있던 홍 장군 동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옮기려고 시도하면서부터 깊어지기 시작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활발히 연구한 낙성대경제연구소 출신 박이택 소장과 김낙년 이사장이 최근 각각 독립기념관 이사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임명되면서 양측 갈등은 더욱 심화했다. 이 가운데 이 원장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반일주의를 공격한 책 ‘반일 종족주의’의 공저자다.
광복회가 이 같은 인사를 두고 정부가 ‘1948년 건국론’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독립기념관장을 포함한 국책기관의 일련의 인사사태는 이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하자는 것”이라며 “나는 청와대(대통령실) 근방 대통령 주변의 밀정들이 이 연극을 꾸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 회장 등이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도록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의 건국절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