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를 잡아라]④연회비 250만원…0.01%에게만 허용된 카드

by권소현 기자
2017.10.02 10:00:00

[이데일리 권소현 문승관 기자] VVIP 카드 고객인 정윤주(가명) 씨는 다음 주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항공권이나 호텔, 현지 식당 예약은 정씨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카드사 개인비서 서비스(컨시어지)를 신청했더니 정씨 취향에 맞춰 여행일정까지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구하기 힘든 샤넬의 특정 색상 가방도 사전 구매예약해놨다는 연락을 받았다.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마케팅이 치열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카드업계다. 씀씀이가 큰 고액 자산가의 주력 신용카드 자리를 따내기 위해 상류층만 향유할 수 있을만한 특별한 혜택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5년 현대카드가 연회비 100만원짜리 VIP카드인 블랙카드를 내놓은 이후 카드사들은 VVIP 대상 카드를 잇달아 출시했다. 연회비만 보면 헉소리가 나오지만, 연회비를 뽑고도 남을만큼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일반인의 발급신청이 줄을 잇기도 했다. 연회비 대비 혜택이 과해 VVIP카드 적자가 늘자 지난 2012년 금융감독당국이 경고까지 할 정도였다.

최고의 연회비를 자랑하는 카드는 단연 현대카드의 ‘더 블랙 에디션2’다. 지난 4월에 선보인 이 카드는 연회비 250만원으로 발급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현대카드가 먼저 고객을 초청한 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포함해 8명의 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해야 발급받을 수 있다. 이 카드를 처음으로 발급받은 사람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었다. 연예인 지드래곤도 발급받아 지드래곤카드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상위 0.05%를 위한 카드라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0.01%에는 들어야 가능하다는게 정설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돈 있는 사람은 많다. 사회적 명성과 영향력이 더 중요하다”며 “연예인이나 젊은 재벌 2세 등이 심사에서 자주 탈락하는 이유다. 회원끼리 모임도 있기 때문에 구성원 면면에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혜택도 헉소리가 난다. 키톤,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같은 명품 브랜드 바우처나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이용권, 특1급 호텔 이용권, 항공권 업그레이드 등 자산가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콜센터를 통해 항공권 예약이나 해외 고급 레스토랑 예약을 요청하는 등 컨시어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삼성카드의 라움 오(RAUM O), KB국민카드의 탠텀(TANTUM) 카드, 하나카드의 클럽원(CLUB 1)도 연회비 200만원에 고액 자산가를 타깃으로 한다. 대부분 이런 카드는 컨시어지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멤버십 라운지나 해외 프라이빗 샤또 방문 예약, 미슐랭 스타셰프 레스토랑이나 프라이빗 휴양지 예약을 통해 특별함을 선사한다. 현금 등가물이나 마찬가지인 각종 바우처를 제공해 연회비를 뽑고도 남는다.

회원만 초청해 소규모 파티를 열어 고급 취미생활을 즐기고 서로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라움 오 카드 회원 20~30명을 초청해 명품 패션 스타일링 클래스, 미술관 프라이빗 투어, 전문가와 함께 하는 살롱 콘서트 등을 진행한다.

VVIP 카드의 부가서비스가 연회비를 웃도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카드사들은 VVIP에 대한 혜택을 통해 충성도를 높이고 다른 상품으로의 파급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VVIP 카드를 많이 발급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로열티 확보가 목적”이라며 “VVIP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지면 카드사용액 자체가 늘어날 수 있고 법인카드 발급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