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황수연 기자
2011.08.01 09:48:12
장마에 농산물가격 급등..26개월 만에 최고 근원물가
채소류, 석유류, 집세, 돼지고기, 서비스요금..물가불안 5대변수
[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채소류, 석유류, 집세, 돼지고기, 서비스요금`
"정부가 내세운 4% 물가 마지노선을 지킬 수 있을지는 5개 품목에 달렸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7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하면서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요층 물가 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26개월 만에 최고치인 3.8%까지 치솟으면서, 정부가 제시한 물가 상승률 목표인 4.0%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년보다 긴 장마와 기습 폭우에 농수산물, 특히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다. 7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2%나 올랐다. 문제는 가격 추세를 보여주는 전월대비 가격 상승폭이 정부 예상치를 웃돌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배추는 무려 63.9%나 올랐고 열무(95.1%), 상추(94.4%), 시금치(71.8%), 호박(39.7%), 오이(32.2%) 등도 최소 30%에서 최대 90% 이상 급등했다.
시설 채소 재배 농가가 많은 경기, 강원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유실 농산물이 많아 이 같은 추세는 8월에도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선채소가 지난 달과 비교해 21.5%나 급등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세난 등으로 집세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도 물가 관리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 달 집세는 전년 동월대비 4.2%, 전월대비 0.3% 올랐다. 특히 전세는 전년 동월대비 4.7%, 월세는 2.9% 올라 상승세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집세 등은 한 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아 물가상승 압력을 꾸준히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석유값 인상 여파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통계청에서는 정유업계가 지난 4월 인하했던 리터당 100원을 한꺼번에 올릴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 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석유류 제품은 7월에만 전년 동월대비 13.6% 올랐다. 그나마 환율 영향으로 전월비 기준으로 1.5% 상승하는 데 그친 게 다행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섭게 오르던 돼지고기 가격은 전월대비로는 여전히 오름세지만 전월대비로는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41.2% 올랐지만, 전월대비로는 0.5% 하락했다. 불안정하던 계란 값도 7월에는 전달과 비교해 3.9% 하락했다.
서비스는 전년 동월대비 3.0%, 전월대비 0.3% 상승했다. 공공서비스는 전년 동월대비 기준으로 1.5%, 개인서비스는 3.3% 뛰었다.
관심사는 8월 이후 물가 흐름과 정부가 제시한 4%대 물가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전기 요금을 시작으로 하반기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는 데다 농산물 가격 상승의 여파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는 점을 이유로 4%대 물가 가이드라인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계절적으로 7월은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오르는 달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수해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올랐다"며 "추석 영향으로 8월과 9월에도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서 향후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물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 팀장은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음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더라도 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 3%대 후반의 고공행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도 "장마, 호우 때문에 채소류 가격이 많이 뛰고 있어 소비자 물가가 5%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4% 물가를 지킬 수 있을 지 여부는 9월 이후 얼마나 물가가 빠져주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