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과 노후'' 둘 다는 힘든데… 중년의 고민
by조선일보 기자
2008.11.20 11:01:00
주택 마련 대출은 잘 쓰면 ''약''
年상환액은 年소득 30% 이하로
노후 자금은 꾸준하게 모아야
20만원 정도의 연금 저축이 무난
[조선일보 제공]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45)씨는 요즘 "큰 집으로 이사를 가자"는 아내의 성화에 고민을 하고 있다. 자녀 둘이 모두 중학생이 되면서 부쩍 커버리자 현재 살고 있는 자기 소유의 90㎡ 아파트가 네 식구 살기에는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기존 집을 4억5000만원에 팔고, 노후 자금으로 모아놓은 5000만원 정도를 추가로 투자한 다음 대출도 좀 받으면 105㎡ 이상의 집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것이 아내의 생각. 하지만 김씨는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데 기존 집이 팔릴지, 또 더 큰 집을 사서 부담을 늘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망설이고 있다.
요즘 중·장년층의 가장 큰 재테크 고민은 집과 노후 문제다. 자녀들이 크면서 더 큰 집으로 옮기고 싶지만 집 값 하락세가 무섭다. 신한은행 고준석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투자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가 큰 집으로 갈아타려면 자기 자금 사정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며 "무리한 대출은 지양하고, 소액이라도 노후 자금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부동산 완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선뜻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드물다. 고 지점장은 "이런 분위기에서 대출을 잘 이용하면 내 집 마련이나 평수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너무 위축되면) 큰 평수의 아파트로 넓혀가는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무리한 대출은 피하는 것이 철칙이다. 보통 은행권에서 권하는 적당한 수준의 대출이란 연간 대출원리금 상환액 비중을 연 소득금액의 3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른바 '30% 룰'이다.
예를 들어 큰 집으로 옮겨 가기 위해 1억원 정도를 대출 받는다고 하면, 대출금리 연 7.5%, 15년 원리금 분할 상환 기준으로 매월 원리금 상환액이 92만7000원이 된다. '30% 룰'을 따르자면 월 수입이 그 3.3배인 최소 310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연봉 6500만원 내외인 40대 직장인이라면 대출 금액은 1억~1억5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자영업자나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 종사하는 직장인이라면 경기 침체로 인해 소득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좀더 보수적으로 대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큰 집에서 살아보겠다는 욕심 때문에 노후 자금 계획을 소홀히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40대가 넘어가면 은퇴는 더 이상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현실이다. 만약 대출을 받아 집을 넓혀 갈 경우, 그에 따른 이자부담과 각종 지출이 늘어나 노후 자금 준비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상언 신한은행 PB팀장은 "일찌감치 계획을 세우고,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느슨하지 않게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만 성공적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이 이런 목적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상품이 연금저축(신탁)이다. 한 팀장은 "월 생활비와 대출 상환을 하고, 매월 연금저축에 20만~25만원 정도씩 넣는 것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연금신탁 상품은 저축 기간 중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안정형과 채권형 두 가지가 있다. 안정형은 일부(대체로 10% 미만)를 주식에 투자하고, 채권형은 주로 채권이나 대출에만 투자한다. 지난해까지는 안정형의 수익률이 높은 편이었으나, 올해 들어 주식 시장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채권형의 수익률이 안정형을 앞질렀다. 단, 연금신탁은 10년 이상 불입해야 하며 중도 해지 시 세금 추징 등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