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②줄기세포연구의 전봇대를 뽑아라

by안재만 기자
2008.05.09 10:40:00

세포치료 허가제 `연구의 걸림돌 된다` 우려
임상시험 승인제 `비용과 시간 낭비` 지적도

[이데일리 안재만기자] 한국이 줄기세포 강국으로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한다. 특히 임상과 관련한 부분에서 제도를 고쳐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런데 현 상황은 연구자들이 기대했던 것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식약청이 지난달 16일 입법예고한 `생물학적제제 등 허가 및 심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다.

이 안에 따르면 앞으로 병원은 세포치료제를 환자에게 판매할 때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식약청은 이와 동시에 세포치료제의 범위를 대폭 넓혔다. 그러나 이로 인해 그동안 암암리에 적용되던 성체 줄기세포 기술은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혔다.



사실 식약청이 이 같은 개정안을 준비한 이유는 무분별한 줄기세포 기술이 미용시술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일부 성형외과 및 피부과에선 환자의 지방에서 성체 줄기세포를 추출, 이를 시술 부위에 접목시키는 성형법을 이용해왔다. 성체 줄기세포의 환경이 바뀌면 싸이토카인이 분비되는 특징을 이용한 것이다. 싸이토카인은 면역력을 증강시켜주는 물질이다.

자기 몸에 잘 맞는 세포를 찾아주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분명하지만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 그만큼 아직 줄기세포 영역이 덜 개발된 탓이다.

계속되는 `의료 사고`에 부담감을 느낀 식약청은 식약청에 등록돼 있는 세포치료제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 또 자기 `몸`에서 나온 성체줄기세포가 `세포치료제`로 규정될 정도로 세포치료제의 범위도 넓혔다.

그러자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제도가 실생활보다 늦을 수밖에 없는데, 일일이 식약청에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일부 `사이비` 성형외과 때문에 이런 제도가 생긴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등록제`를 실시하는 것도 대안은 아니다. 오히려 몰래하는 시술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합법적으로 세포치료제를 등록하려면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수년의 시간동안 기술은 또 그만큼 발전하는데 식약청이 무슨 수로 그걸 다 관리할 생각인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또한 임상 시험을 하려면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하는 시스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의사와 환자가 동의하면 임상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임상 시험의 위험성을 들어 임상시험을 식약청으로부터 승인받게끔 하는데, 이것이 쓸데없이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게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의사와 환자가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 임상 시험은 아무런 제재없이 진행되는 것이 옳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임상시험 여부와 시술 결과를 따로 입증받아야하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기술 개발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임상시험이란 위험한 상황에서 추진될 수밖에 없다"며 "세계 의료 역사를 봐도 임상시험은 항상 위험이 노출된 상황에서 진행됐는데, 알고 보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위험하지 않다면 뭣하러 `시험`을 하겠냐"고 강조했다.

임상 시험이란 주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대상으로 시술한다. 그런만큼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임상을 허가해주는 것이 옳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임상 시험을 얻는데에는 많게는 수십억원, 수년의 시간이 걸리곤 한다.

이 관계자는 "한미 FTA, 의약품 재평가 등으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제도만 안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한국의 제약사들이 싸워 이겨내기 위해 정부에서도 지원해줘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성체줄기세포에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 부광약품(003000), 메디포스트(078160), 세원셀론텍(091090) 등 상장사 뿐 아니라 장외의 1만개에 달하는 랩(연구소)에서도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선진국 및 중국의 추격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선진국 및 중국의 개발자들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과의 격차를 넓히거나 줄여나가고 있다. 게다가 각국간 FTA로 인해 보호장벽도 점차 허물어지는 추세다.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현재의 위기를 딛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줄기세포 연구의 `전봇대`가 뽑히기를 기대하며 지금 이 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