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개장2년)④앞서가는 선진시장..비결은?

by손희동 기자
2007.11.30 11:20:00

홍콩 세계1위 시장 등극 `규제완화 귀감`
독일 다양한 금융상품·자유 분위기 강조
호주 `인스톨먼트` 워런트 상품으로 인기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에서 거래대금 기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홍콩시장.

최대 25만개가 넘는 상장종목수를 자랑하며 투자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독일 시장. 그리고 다양한 투자 노하우와 철저한 교육 서비스를 겸비한 호주 시장.

이들 모두는 이제 ELW를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한국 시장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할 선진시장들이다.

▲ 전 세계 ELW 시장 거래대금 순위 (자료제공:KRX)

한국 시장은 이들 선진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출발 2년만에 세계 4위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 낸 저력이라면, 이들을 따라잡고 세계 1위 시장으로 도약하는 것도 꿈 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자자 교육과 관계기관의 시장친화적 분위기 조성, 그리고 증권사들의 꾸준한 상품개발 노력 등이 선행돼야 한다.
 
저스틴 크로포드 맥쿼리 아시아 주식시장그룹 세일즈 대표는 "한국의 ELW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대해 매우 많은 연구를 하고 스스로 투자결정을 하고 있다"면서 "레버리지를 높이고자 하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여서 한국의 워런트 시장이 아시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로포드 대표는 또 "향후 중국 증시의 성장이 한국 파생상품의 발전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을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이 모두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루평균 4조원이 넘게 매매되며 우리의 20배 넘는 거래규모를 보이고 있는 홍콩은 명실공히 세계 1위의 워런트 시장이다.

하지만 홍콩이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1989년 워런트 시장을 개장했지만, 지금과 같은 선진시장으로서의 골격을 갖추게 된건 2002년 이후다. 

2002년 홍콩 금융당국은 상품 발행시 발행물량의 85%를 최소 100인(또는 기관)에게 의무적으로 판매해야만 하는 규정을 없앴고, 최소 발행 금액의 하한선도 내려 우선 상장 문턱을 최대한 낮추는 데 힘썼다.

50% 이상 팔린 종목에 대해선 추가발행도 가능하도록 했으며, 또 발행사가 새로운 기초자산을 제안할 경우 이를 분기별로 승인해 주는 등 투자자들의 선택권 확보에도 정성을 쏟았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ELW 시장을 가능하게 했던 건, 유동성 공급자(LP)제도의 도입이다. 시장에 물량을 대주는 유동성 공급자가 출현하자 수요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이같은 시장 친화적 정책의 도입으로 인해 홍콩의 ELW 시장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게 됐다. 이는 국내 시장에도 그대로 도입돼 국내 ELW 시장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신승호 크레딧스위스 증권 이사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홍콩의 ELW 시장도 거의 죽은거나 마찬가지 였다"면서 "하지만 이후 시장을 살려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선회, 투자자와 증권사, 금융당국 모두 윈윈하는 시장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홍콩의 지난 한해 ELW 거래대금은 1조7900억 홍콩달러(한화 약 215조원)으로 2002년보다 무려 630%나 폭증하는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홍콩 시장에는 22개의 발행사들이 경쟁적인 워런트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 소시에떼 제너럴 증권의 홍콩 워런트 웹사이트




홍콩이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에 자유로운 투자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독일은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혔다.



독일의 경우 정확한 워런트 종목 갯수를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워런트 파생투자상품이 존재한다. 얼추 헤아려도 10만개에서, 최고 25만개에 이르는 투자종목이 시장에 나와있다.

원금이 보장되는 구조화 상품부터,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 한 투자상품까지 투자자들의 기호에 맞춘 투자 상품들이 투자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워런트라는 개념으로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기초자산의 종류부터 국내시장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국내는 지수상품과 코스피100 종목에 한정된 ELW가 출시되는 정도지만 독일에는 개별주식과 인덱스, 선물, 외환, 원자재, 채권, 펀드 등 모든 것이 워런트의 기초자산이 된다.
 
물론 독일시장에서 이같은 다채로운 투자수단이 나올 수 있었던 건 금융상품을 공학화 하는 등의 부지런한 상품 개발도 있었지만, 금융당국의 자율적인 투자분위기 조성도 큰 몫을 차지했다.

워런트 상품의 경우 상장 기준은 감독당국에서 정하되, 상장 이후에는 전적으로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 독일파생상품포럼이 자체적인 규정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불건전 행위를 일삼는 발행사는 퇴출시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있다.

이혜나 리먼브러더스증권 이사는 "독일에는 32개의 발행사가 경쟁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 시장 질서를 잡아나갈 수 있는 자율 규정이 자리잡았다"면서 "어찌보면 우리 시장이 향후 지향해야 할 시장은 독일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1991년부터 거래를 시작한 호주 ELW시장 역시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워런트 외에 다양한 구조를 가진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호주시장에서는 인스톨먼트(installment)라는 보다 특화된 상품이 전체 ELW 거래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인스톨먼트는 워런트 매수시 가격의 일부만 내고 나머지는 차입하여 매수하는, 국내로 따지면 주식 신용매수와 비슷한 형태의 워런트다.

이 워런트는 아주 깊은 내가격 형태의 행사가에서 발행된다. 따라서 실제 기초자산의 변동분 만큼만 주가가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구조만 놓고보면 레버리지 효과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일부 금액을 차입에 의해 매수하는 데다 만기시 현물로도 받을 수도 있어 실제로 투자금액 대비 누리는 효과는 적지 않다. 특히 이 상품의 경우 워런트만으로 배당까지 받을 수 있어 실제 주식을 보유한 효과를 누릴 수는 일석이조의 상품이다.

또 인스톨먼트의 상품 구조 자체를 보면 일부 포지션이 풋옵션으로 구성돼 주가하락시에는 자연스럽게 헤지까지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호주에는 이밖에도 3500개가 넘는 워런트가 발행돼 거래되고 있으며 현재 13개의 발행사가 활동중이다. 호주 인구가 2000만명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ELW 시장의 발전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 호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맥쿼리 증권의 ELW 트레이딩 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