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환의 크레딧스토리)회사채 시장의 블루오션

by윤영환 기자
2005.07.12 10:48:54

[edaily] 요즘 회사채의 기세가 등등하다. 최근에는 경기회복과 자금수요확대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도무지 실속이 없다. 이미 한계에 이른 현재의 틀로는 헛힘만 들어간다. 새로운 틀에 대한 담론을 몇 가지 상황 속에서 담아보고자 한다. ◇ 상황 1. 회사채펀드의 약진 최근 회사채 편입비중이 높은 채권시가형 펀드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 펀드의 공통점은 좋은 크레딧 애널리스트와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역량 있는 매니저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남들보다 먼저 회사채 비중을 높이는 용기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의 뛰어난 성과는 매우 소중하다. 이들의 성과는 회사채 투자확대의 가장 확실한 유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들의 성공을 점친다.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개인적인 역량 이상으로 시장과 네트워킹하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열린 사고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회사채의 우물은 너무 작고 얕다. 몇 개 기관만 적극적으로 회사채를 매수해도 우물 바닥이 드러난다. 벌써 신용 스프레드는 참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어느 틈에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엇인가 상황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 상황 2. 회사채시장의 등급 천이 회사채시장의 색깔이 변하고 있다. 표를 보자. 중학교에서 배웠던 생태 천이를 보는 듯 하다. 높은 등급 순발행, 낮은 등급 순상환 구조가 높은 등급 순상환, 낮은 등급 순발행 구조로 바뀌고 있다. 회사채시장의 평균적인 신용등급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비관론적 시각에서 본다면 경계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채시장이 기업자금시장의 전부는 아니다. 우량기업의 자금잉여와 BBB0 및 BBB-등급 기업에 대한 회사채시장의 문호 확대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무려 14개월이나 순발행을 유지하고 있는 BBB-등급 회사채의 약진은 특히 인상적이다. ◇ 상황 3. 리테일 창구의 딜레마와 기회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채권펀드가 BBB-등급 회사채를 담지 못한다. 결국 BBB-등급 회사채의 상당부분은 리테일 창구에서 소화되고 있다. 지난 6월 7일의 칼럼 “금융위기와 잘못된 게임의 법칙”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러나 중소 서민금융기관이 낮은 등급의 회사채를 직접, 그것도 대량 투자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더욱이 최근에는 BBB-등급의 건설관련 회사채 및 PF ABS가 대량 이 경로로 소화되었다. 예사롭지 않은 최근의 부동산 상황이 부담을 더욱 크게 한다. 그러나 기회라는 보석은 반드시 위기의 언저리에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런 불안감의 언저리에서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엿본다. 중소 서민금융기관의 회사채 직접투자는 작게는 채권시가형 펀드, 크게는 기업금융(IB) 실패의 반작용이다. 우선 몇 번의 신용위기가 그들을 실망시켰고, 낮은 수익률이 그들을 떠나게 했다. 결국 극단적인 특정채권 편중과 등급기준에 의한 획일적 신용위험 관리가 그들을 떠나게 한 것이다. 잠시 상상해보자. 지금 리테일 시장에 깔려있는 BBB-등급 회사채를 모두 모아 몇 개의 대형 회사채전용펀드(시가형)를 만들고 이를 수익증권으로 다시 배분한다면 어떻게 될까? 앞서의 불안감은 상당 부분 가신다. 별로 크지도 않은 신용사건으로 회사채 투매가 벌어지는 일 만큼은 없어질 것이다. ◇ 상황 4. 투기등급 회사채로의 외연확대 조금 더 상상을 확대해보자. 현재 BB등급 회사채는 초토화 상태다. 그나마 소화되고 있는 것들도 극히 예외적인 것들이다. 대부분 특정한 상황에서 관리되고 있는 추락천사(fallen angel, 투자등급에서 떨어진 채권)다. 앞으로 우리 산업을 이끌고 갈 신흥기업(rising star)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을 끌어 안지 못하면 우리 채권시장, 좁게는 채권펀드시장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우리 경제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는 최근 당국이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잠시 한가지 짚어보자. BB등급 회사채에 대한 채권시장의 이미지는 극히 나쁘다. 특히 최근 벤처 P-CBO 편입 목적으로 발행된 채권들의 극히 부진한 성과에 대한 전언도 이에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여신관리와 비교해보면 그 등급에서 그 정도의 성과는 절대 당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책금융과 동의어처럼 쓰여지는 도덕적 해이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무조건 회피하기 보다는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 대안으로서의 회사채 전용펀드 앞서 회사채 전용펀드의 필요성을 잠시 언급했지만 단지 리테일 시장 대책 정도로 다루어질 이슈가 아니다. 최근 당국이 펀드의 대형화, 장기화를 권장하고 있지만 이런 관점에서도 대형 회사채 전용펀드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부분의 채권시가펀드가 낮은 등급 회사채 편입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그나마도 낮은 등급 회사채를 편입하고 있는 펀드들은 소형 사모 단독 펀드가 많다. 신용위험에 대한 관리와 위험배분의 문제 때문이다. 펀드 매니저 입장에서는 비중이 크지도 않은 회사채 때문에 골치 썩고 수익자(가입자)와 옥신각신하기도 귀찮은 것이 현실이다. 회사채전용펀드를 통해 통합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이 수익증권을 다른 펀드들이 편입하는 모자펀드(fund of funds) 방식이라면 꽤 그럴듯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몇 가지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모자펀드와 관련한 현재의 엄격한 기준으로는 소기의 목적 달성이 어렵다. 그리고 특히 한계등급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회사채 투자자 보호 장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앞서의 칼럼에서 간곡히 의견을 피력했던 회사채발행절차의 정상화도 그 일환이다. 끝으로 어느 선지식의 한마디 말씀으로 어지러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윤영환/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Credit analy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