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2.11.13 10:20:00
[edaily 하정민기자] `마켓피플@홍콩`의 두번째 주인공은 캔터피츠제랄드 홍콩 지점의 토마스 리 이사다. 이 이사는 뱅커에서 브로커로 전업한 후 원화 이자율 스왑시장의 태동기부터 활동해왔다.
이 이사는 "해외에서 일하면서 고객의 소중함에 대해 더욱 절실히 느끼게됐다"며 "브로커리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에 있는 사람들이 더욱 열심히 일해야한다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이 발전할수록 브로커리지 업무가 발전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시장의 `real demand & supply`는 브로커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브로커가 되기 위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캔터 홍콩 지점에서 언제부터 일했나.
▲85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 제조업체에서 잠깐 일했다. 이후 영국계 은행으로 옮겨 10년 넘게 트레저리 파트에서 일했다. 브로커로 전업한 것은 99년 11월이다. 툴렛 싱가폴 지점에서 코리안 트레저리 담당 브로커로 일하기 시작했고 캔터 홍콩지점에는 지난해 초에 왔다.
-99년부터 원화 이자율 스왑 브로커리지 업무를 했다면 초창기부터 일한 셈인데.
▲한국 이자율 스왑시장의 태동기부터 몸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만해도 로컬 은행 2~3개, 외국계은행은 합병 전의 JP모건, 체이스, 도이치은행 정도였고 역외에서는 골드만삭스 정도가 참여했다. 과연 이 시장이 제대로 발달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도 굉장히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시가평가제 도입, 국채선물 시장 개설을 기점으로 이자율 스왑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자율 스왑은 궁극적으로는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이다. 스왑이나 이를 매개로 한 다양한 트레이딩 스킬이 없으면 숏 포지션을 취할 길이 없으니까. 원화 IRS가 도입되기 전에는 한국 본드마켓에 스프레드 플레이가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왑이 도입되면서 1-2, 2-3니 하는 장단기 스왑 스프레드 플레이가 가능해졌고 본드-스왑 스프레드 차이를 이용한 커브 플레이어도 나타났다. 현물-선물-스왑을 통한 삼각 거래가 활발해졌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초창기 시절의 스왑 트레이더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때는 하루에 스왑 1계약이 거래되기도 힘들었다. 시장참여자가 빤하다보니까 굳이 브로커를 통하지않고 다이렉트 딜을 할 수 있는데도 스왑 시장을 키워야한다며 브로커리지 하우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줬다.
-한국에서 십 수년을 일하다가 해외에서 일하고있는데. 어떤 점이 차이가 있나.
▲일단 개인 신상에 관해 묻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성별, 나이, 출신지, 대학, 결혼 유무 등 사생활에 관한 것은 묻는 사람이 전혀 없다. 오직 그 사람의 커리어를 보고 "너 잘할 수 있냐"를 물을 뿐이다. "Yes I can" 하면 그만이고.
경쟁심이 저절로 생긴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지연, 학연 등을 따져서 대충 일하는 풍토가 남아있고 나 역시 그런 문화에 젖어있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 와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경쟁하다 보니 뒤지기 싫다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경쟁의식을 통해 고객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자주 느끼게 된다. 모든 브로커가 마찬가지겠지만 감사하는 마음의 크기가 훨씬 커졌다고나 할까.
-처음 브로커리지 업무를 시작했을 때 어려움은 뭐였나.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했으니까 다 어려웠다. 브로커가 되고 나서 3개월만에 체중이 8킬로그램이나 줄었다. 싱가폴에서 일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모두 영어를 사용하지만 영국인, 호주인, 싱가폴인, 말레이시안 차이니즈 등 국가 별로 발음이나 억양이 너무나 달랐다. 외국계은행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영어를 새로 배우는 기분이었으니까.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다.
-중개업무를 하다가 실수한 적은 없나. 안타까움을 느낄 때는.
▲많다.(웃음) 스크린 플레이가 아니고 모든 것을 손으로 커버하다보니 실수는 필연적이다. 초창기에는 비드-오퍼 스프레드를 거꾸로 하는 초보적 실수를 종종 저질렀고 나중에는 유형도 갖가지로 늘어났다.
예를 들어 3-5년 스왑 스프레드가 5bp여서 고객이 "05" 라고 쿼트했는데 마침 3년 IRS가 5.05%여서 끝 두 자리가 비슷해 3년 아웃라이트 거래로 착각하고 말하는 식이다. 3년 아웃라이트가 5.04%여서 고객이 "오포"(zero four)라고 쿼트했는데 나는 offer라고 알아듣고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
애써 가격을 붙여놨는데 다른 하우스에서 채 갈 때 가장 안타깝다. 안당해본 사람은 그 심정 모른다. 또 다른 데서는 중개를 쉽게 하는데 우리는 이상하게 잘 안 될 때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에게 항상 "신선이 돼라"고 말한다.(웃음)
-실수했을 때는 어떻게 복구하나. 고객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뭐 말할 필요도 없이 난리가 난다. "페널티로 1주일간 거래 없어" 정도는 양반이다.(웃음) 다시는 거래하지 않겠다거나 육두문자가 난무하기도 한다.
그게 중요하지는 않고 일단 실수했을 때는 빨리 정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고객에게 실수했으니까 빨리 포지션을 꺾던가 선물 등으로 헤지하라고 신속하게 리포트한다. 브로커리지 피에서 얼마를 디스카운트 할 때가 많다. 이 모든 실수를 되풀이하지않고 언젠가는 고객에게 보답한다는 마음 자세를 지니는 것이 좋은 브로커임은 물론이다.
-올들어 한국 스왑시장 거래 규모가 상당히 커졌는데.
▲아직도 시장이 너무 얇다. 싱가폴이나 홍콩 스왑시장의 일일 거래규모는 1조를 훨씬 넘는다. 본드 마켓의 자체 규모만 따지면 우리 나라가 크지만 FX 거래량이 뒷받침되지않다 보니 스왑 거래규모 증가에 한계가 있다. 스왑이 은행간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업체가 움직일 때 마다 은행이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일평균 5000억원 정도만 꾸준히 거래돼도 지금보다 훨씬 시장의 효율성이 커질 것이다.
-올해 이자율 스왑을 해서 돈 번 하우스가 많지않다. 스왑의 필요성도 큰 편이 아니다.
▲그건 내가 대답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필요성의 문제를 말하자면 스왑은 speculation의 대상이 아니다. 트레이더가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tool 중 하나다. 돈을 벌고 못 벌고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브로커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직업에게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것이겠지만 첫째는 성실성이다. 둘째는 체력과 목소리다. 고객과 항상 보이스 박스를 통해 만나는 직업의 특성상 신뢰감있는 목소리를 지니는 것은 필수적이다. 발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있고 처지지않은 목소리를 고객에게 들려줘야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강인한 체력은 필수 아니겠나. 그 외에 마켓을 보는 능력도 중요하다.
물론 신뢰도도 빼놓을 수 없다. 브로커리지 업무야 말로 사람 장사가 전부니까. 거래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트레이더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 거래가 뜸한 고객에게는 주니어 브로커에게 쿼트를 맡기는 식으로 한다면 얼마나 이 장사를 할 수 있겠나. 나는 부하 직원도 비싼 사람을 우선 채용하는 주의다.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한국 시장에 있는 모든 상품의 중개 업무를 하고 싶다. 선물이나 스왑 중개는 기본이고 신용파생상품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나 기후 등 다양한 상품이 분명히 거래될 것이다. 공해배출권도 거래되는 마당에 어떤 상품이 언제 나타날 지 누가 알겠나. 비단 아시안 마켓에서만이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관련 상품? 미스터 리에게 물어봐"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다.
사실 브로커리지는 절대적인 marginal business다. 장사가 잘 되면 fee가 낮아지기 마련이고 장사가 안 되면 굶어야한다. 원화 IRS 스왑 fee도 초창기 1bp에서 최근 0.5bp까지 떨어졌다. 성장의 한계도 분명한 산업이다.
그러나 곧 브로커리지 시장도 개방될 것이고 그럴수록 더욱 해외에 나와있는 사람들이 노력해야한다. 우리 하우스의 경우 홍콩 지점에만 8명의 한국인이 있는데 "시장이 개방되면 너희가 큰 일을 할 사람들이니까 더욱 열심히 일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는 브로커라는 용어 자체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특히 한국에서는 "broker" 하면 불법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내가 브로커라서가 아니라 브로커리지는 정말 중요한 funtcion중 하나다. 금융이 발전할수록 exotics가 자꾸 나오니까 우리가 할 일도 자꾸자꾸 커진다.
우리는 시장 변화 그 자체다. 단말기에 나오는 숫자가 시장을 말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 시장의 "real demand & supply"는 우리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