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6.04.22 05:00:00
삼성전자 노조가 다음 달 21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한목소리로 삼성의 위기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의 심각한 차질을 경고하고 나섰다. 파업을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과 신뢰를 흔드는 핵심 변수로 규정하는 한편 강성 노조 문화가 경쟁사들에 전략적 기회를 제공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반격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이어 노사 갈등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 하여금 대안을 찾게 할 수 있다는 지적(월스트리트저널)까지 나왔다.
외신들의 경고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삼성전자는 ‘정치’와 ‘규제’에 발목 잡힌 최근 수년간 과감한 선제 투자와 연구개발의 적기를 놓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고대역폭 메모리에서 경쟁사들에 한 발 뒤진 게 대표적이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선두 업체인 대만 TSMC의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0%로 삼성전자(7%)의 10배다. 2021년 TSMC 53%, 삼성전자 18%였던 격차가 이젠 거의 2배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취했다간 대만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노무라증권)가 나온 배경이다. 납기 준수와 공급 안정이 생명인 반도체산업에서 파업이 초래할 유무형의 손실은 회복불능에 가까울 수 있다.
경쟁사와의 보상 격차 및 인재 유출 우려를 투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삼성전자 노조는 회사의 대내외 환경 등을 냉정하게 헤아릴 필요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의 격랑 속에서 내부 갈등으로 성장 동력을 훼손하고 신뢰에 치명적 흠집을 내는 것이 온당한지 따져봐야 한다. 영업이익의 15%, 약40조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한다지만 연간 연구개발비 38조원을 웃도는 돈을 성과급 잔치에 쏟아붓는 게 합리적인가. 장기 호황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신의 경고까지 들어야 하나.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이 현실화하면 최대 30조원의 손실을 회사측에 안길 수 있다고 예고했다. 회사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상식과 국민 정서를 외면해선 곤란하다. 노조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