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럴줄 알았어'…車관세 한달 면제에 뉴욕증시↑[월스트리트in]

by김상윤 기자
2025.03.06 07:09:20

엇갈린 경제지표…민간고용 악화·서비스업은 개선
캐·멕 자동차 관세 한달 유예 소식에 투자자 안도
매그7 대체로 반등…테슬라 2.6%↑·엔비디아 1.1%↑
달러화 약세 지속…유로화 4개월 만에 최고치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한달간 면제해주기로 하면서 트럼프 관세 공격이 완화될 수 있다는 희망이 투자자들을 안도케 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4% 상승한 4만3006.59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2% 오른 5842.63,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1.46% 상승한 1만8552.73을 기록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소녀상이 서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한 후 이틀 동안 주식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한 후 이날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AFP)
장초반 엇갈린 경제지표와 무역전쟁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로 뉴욕증시는 장초반 하락세를 보였다. 우선 미국의 민간 고용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불안해 했다.

미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지난 2월 미국의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 대비 7만7000명 증가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증가 폭(18만6000명)를 절반 이하로 밑돈 데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4만8000명) 역시 크게 밑돈 수치다. 7개월 만에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미국의 민간 고용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도 정책 불확실성을 키운 게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악화되는 등 향후 경기전망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적 불확실성과 소비자 지출 감소가 지난달 해고나 고용 둔화로 이어졌을 수 있다”며 “우리 데이터와 다른 최근 지표를 종합해보면 고용주들이 향후 경제 상황을 평가하면서 고용에 주저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2월 서비스업 경기가 전월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이자 뉴욕증시는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월의 52.8에서 0.7포인트 상승했고, 시장 예상치(52.6)도 웃돌았다. 관세 우려에도 불구 신규 주문 지수는 52.2로 직전월보다 0.9포인트 상승했고, 고용지수도 53.9로 1월대비 1.6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가격 지수는 62.6으로 1월과 비교해 2.2포인트 상승한 게 걸림돌이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재발할 우려를 보인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2월 서비스업 PMI도 51을 기록하며 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AFP)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
그러다 백악관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을 준수하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1개월 유예한다고 밝힌 후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미 3대 자동차업체인 스텔란티스가 9.24% 급등한 가운데 포드 및 제너럴모터스(GM)이 각각 5.81%, 7.21% 상승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동안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을 언급하며 “USMCA를 통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한달간 관세 면제를 제공할 것”며 “상호관세는 4월2일부터 여전히 발효되지만, USMCA와 관련된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은 그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달간 관세 면제를 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면제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베어드의 투자 전략 분석가인 로스 메이필드는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정부가 시장의 압력에 대응할 것이라고 보고 있고, 백악관은 필요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통화가 끝난 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의 펜타닐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자동차 관세는 한달간 연기됐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레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뉴저지 사르마야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와시프 라티프는“우리는 관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며 “경제 지표, 연준 등 모든 것이 지금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 같다.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시장이 이에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급락세를 보였던 매그니피센트7 주식도 대체로 반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3.19% 오른 가운데 엔비디아(1.13%), 아마존(2.24%), 알파벳(1.38%), 메타(2.57%), 테슬라(2.6%) 모두 상승했다.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인텔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을 폐기해야한다고 말한 게 영향을 미치면서 2.44% 흘러내렸다.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 추이 (그래픽=마켓워치)
국채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오후 4시반 기준 글로벌 국채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7.4bp(1bp=0.01%포인트) 오른 4.284%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5.2bp 오른 4.007%를 기록 중이다.

달러는 또 대부분 주요 통화 대비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1.32% 내린 104.35를 기록 중이다. 독일의 5000억유로 인프라펀드 제한 이휴 유럽 성장 전망이 개선되면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탓이다. 1달러당 유로는 전거래일 대비 1.5% 하락한 0.92유로를 기록하며 유로화가치는 미국 달러대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반면 달러는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급락하는 서부텍사스원유 가격 추이(그래픽=CNBC)
국제유가는 나흘째 하락하며 약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1.95달러(2.86%) 급락한 배럴당 66.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1.74달러(2.45%) 떨어진 배럴당 69.30달러에 기록했다.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예상치 대비 큰폭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에 수요 둔화 우려가 커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이번 주 상업용 원유 재고가 직전주 대비 361만4000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90만 배럴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