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계 오빠` 이병률, 김영하 두 작가의 귀환
by김미경 기자
2024.05.01 10:46:11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이유
여전히 뜨거운 스타 작가 `둘`
시인 이병률 일곱번째 새 시집
무수히 치환됐던 사랑에 대한 탐구
소설가 김영하 개정증보판 컴백
여행의 이유, 통찰로 이어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문단계 아이돌’ 시인 황인찬(36), 최지인(34) 이전에 이들이 있었다.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문단 오빠이자, 텍스트(글)도 패션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베스트셀러 작가 ‘둘’의 귀환이다. 요즘 말로는 ‘힙한’ 이병률(57) 시인과 소설가 김영하(56)다. 이병률 시인은 일곱번째 신작 시집을, 소설가 김영하는 60만부 넘게 팔린 그의 산문집 개정증보판을 들고 돌아왔다.
시인, 여행에세이 작가, 라디오방송 작가 등…. 시인 이병률을 수식하는 단어는 여럿이다. 무려 100만부 넘게 팔린 첫 산문집 ‘끌림’과 50만부 팔려나간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을 쓴 작가는 그럼에도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맨 앞에 놓이길 원한다.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문학과지성)은 그가 써내려간 사랑의 기록이다. 당신, 바람, 찬란, 여관, 바다, 이별 등 그의 시와 산문에서 무수히 많은 단어로 치환됐던 ‘사랑’에 대한 치열한 탐구다.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부분).
표제시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에는 서술어가 없다. 화자가 말하는 무수한 ‘적’(경험)은 이미 지나간 일도, 앞으로 닥칠 일도 아닌 그 자체로 존재하는 행위에 가깝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이 시 속에는 그 ‘때’들의 나열만이 있을 뿐 문장은 단 한 번도 완성되지 않는다”며 “무엇이 나타나고 벌어질지 모르는 미지의 사태”라고 했다. 시인 이병률에게 사랑은 “함께 허물어지려고 붙들고 있”(‘폭설’ 부분)는 것이고, 그 망설임마저 단숨에 폭설처럼 껴안는 일인 것이다.
시집은 당신도 ‘∼했던 적’, ‘~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온다. 독자는 불완전한 문장에 자기의 처지를 채워 넣어 읽게 될 터다.
‘여행’하면 떠오르는 책은 뭘까. 맞다. 최근 3년간(2020.10.1.~2023.9.30.)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여행 책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다. 책은 삶과 여행에 대한 문학적 사유를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3여년 간 5만 343건이 대출됐다.
출판사 복복서가에서 최근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펴냈다. 이번 개정판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우리의 일상에서 여행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사유하는 글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여행법’이 추가됐다.
책은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을 풀어낸 여행담이 아닌,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삶의 의미로 그 주제가 확장돼 가는 사유의 여행기다. 무엇이 우리를 여행에 나서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동시에 남겨 긴 여운을 준다.
김영하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하지만, 그다음으로는 ‘여행자’라고 규정한다. 작가는 “여행의 이유를 캐다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면서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고,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며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