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잔고, 코스피 시가 총액 대비 늘어…개인 '학습효과'"

by고준혁 기자
2020.03.23 08:39:35

케이프證 "추가 급락시 청산하는 개인 늘면, 수급 불안" 경고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증시 하락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3월 한 달 동안 신용융자잔고는 감소했지만, 코스피의 경우 시가 총액 대비 신용잔고 비중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그동안의 증시에서 학습효과를 얻은 개인이 ‘위기는 매수 기회’라는 생각으로 신용거래를 급격히 줄이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한지영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를 통한 레버리지 거래는 보통 강세장에서 급증하고 약세장에서 급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코스피 신용융자잔고는 연중 고점 대비 23% 감소해 3조 5387억원이지만 전체 시가 총액 대비 잔고 비중은 오히려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닥 신용융자잔고도 감소했는데 이는 최근 반대매매 급증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 물량 부담이 점차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현상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경향이다. 당시엔 증시 전체 신용잔고 절대금액과 시총 내 비중은 비슷한 속도로 감소했었다. 현재 일부 투자자들이 종목 주가 급락에 따른 담보비율 하락에도 추가 담보금까지 납입해가며 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신용잔고가 늘어, 과거 수차례 주가 폭락에 대한 학습효과를 얻은 개인들이 ‘낙폭이 과도한 대형주들은 반드시 반등한다’는 믿음으로 레버리지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연구원은 “3월 폭락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외국인 순매도에도 다른 대형주들에 비해 버틸 수 있었던 건 개인들의 신용거래를 포함한 순매수였다”며 “다만, 국내 증시 추가 급락 시 이를 버티지 못하고 청산하려는 개인이 늘어난다면 수급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