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PC전쟁…센놈들 몰려온다
by류준영 기자
2012.06.19 09:59:13
[이데일리 류준영 기자]얼리어댑터들은 더워지는 이 맘 때면 구형 컴퓨터를 새것으로 바꾸고 싶은 충동을 더 크게 느낀다. 컴퓨터도 계절을 탄다.
가전제품 양판점인 전자랜드나 용산 컴퓨터 상가 밀집지역. 이곳에서 여름방학 특수를 노리고 완제품PC나 조립PC 사양을 기록한 벽보나 전단지를 전부 새로 인쇄하는 시점도 이때다.
또 요지부동이던 PC시장이 `예측불허` 판세로 뒤집히는 것도 이때다. 이달 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2`에선 전세계 내로라하는 PC브랜드메이커들이 그간 준비해온 하반기 전략제품군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이번 전시회 흥행메이커는 반도체 거함 인텔이 선보인 `아이비브릿지(Ivy Bridge, CPU 프로세서 코드명)`이다. 이 프로세서를 채용한 2세대 울트라북이 올 하반기 PC시장의 스타급 플레이어로 떠오를 전망이다.
| ▲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울트라북을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과 여성그룹 2NE1이 들어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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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두뇌 격인 3세대 코어 프로세서 `아이비브릿지`를 두고 관련 업계에선 `인텔이 외계인 기술자를 스카우트 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극찬했다. 매우 세밀한 22나노미터(nm) 공정으로 설계∙제작된 탓이다.
전 세대(샌드브릿지)에 비해 뛰어난 그래픽과 보안 기능, 줄어든 전력 소모가 장점인 프로세서다. 이런 특장점이 휴대성을 강조한 울트라북에 탑재되면 보다 빠르고, 오랜 시간 쓸 수 있으며, 선명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막상 이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에 대한 평가는 야박하다. 왜 그럴까?
IT전문평론가 이현준씨는 “성능 개선 정도가 전작에 비해 최저 30%선에 머물러 일반 소비자들이 인지할 정도의 효용성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가격대비 성능비가 크지 않으므로 똑똑한 소비자라면 차라리 전작인 `샌드브릿지` 1세대 울트라북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길 권했다.
인텔의 오랜 숙적인 AMD도 칼을 빼들었다.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처리장치를 결합된 APU 2세대 모델인 `트리니티(Trinity, 코드명)`가 바로 그것이다.
1세대 `라노`에 비해 소모 전력은 절반으로 줄었고, HD미디어 가속기를 달아 손 떨림이 발생한 영상콘텐츠라도 흔들림 없는 뚜렷한 화면으로 보인다.
AMD는 그러나 `트리니티`를 정면대결에 내보내기 보단 인텔의 측면공격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술력이 좋다 할지라도 시장 표준으로 통하는 인텔의 CPU 프로세서와는 `맞장 승부`를 내기 어렵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케빈 렌싱 AMD 이사는 “(인텔과)시장 타켓이 다르다”며 “트리니티는 500~700달러 선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8` 운영체제를 채용한 슬레이트PC(PC+태블릿)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이번 대만 컴퓨텍스에선 삼성의 슬레이트PC가 인텔의 저사양 CPU 프로세서인 `아톰`과 최고사양인 `아이비브릿지` 두 모델로 나왔다. 그렇다면 보급형과 프리미엄 제품간 성능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밖에 없다. 트리니티는 바로 이 중간 퍼포먼스를 원하는 사용자를 잡아채기 위해 기획된 제품이다.
| ▲ HP 2세대 울트라북 발표회장에서 전시도우미가 신제품 `엔비` 노트북을 들어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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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시판예정인 2세대 울트라북은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무려 110종에 이른다. 이중 가장 발빠르게 국내 시판에 뛰어든 외산 업체는 HP와 소니 그리고 레노버다.
HP는 2세대 울트라북부터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뺐다. 고가∙명품노트북 정책에서 한 발짝 물러선 분위기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중저가 비즈니스용 노트북이란 꼬리표를 가진 HP가 컨수머노트북 시장에서 프리미엄마케팅을 구사하며, 단기간에 명품노트북 인지도를 형성하기엔 그 한계가 분명했다.
따라서 HP는 2세대 울트라북에선 `엔비 스펙터XT`를 상위기종으로 놓고 `엔비4`와 `엔비6`는 가격 경쟁력에 대중성까지 고려한 울트라북으로 위치를 잡았다. 189만원에 이르는 `스펙터XT`의 최고급 모델부터 79만 원에 `엔비4` 보급형 모델까지 총 10종을 선보인다. 온정호 한국HP 부사장은 “시장 요구에 맞춰 다양한 울트라북 제품군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 ▲ 한국레노버 신제품 발표회에서 전시도우미가 새 울트라북을 들어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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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원에 육박한 VVIP용 노트북부터 대부분 200만원을 호가하는 노트북을 팔아온 소니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존심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2세대 울트라북(모델명: 바이오T 시리즈)에선 120~170만원선의 라인업을 최초 선보였다. 소니는 그간 저가∙보급형 넷북 기종마저도 타사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대의 `포켓PC(제품명: 바이오P)`을 팔 정도로 억척스런 고가정책을 고수해 왔었다.
이현준씨는 “1세대 울트라북을 내놓지 않았던 소니가 최근 몇 년간 눈에 띌 정도의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2세대부터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울트라북 시장 잠재성장력을 의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올초 `아이디어패드 U300s`로 울트라북 시장에 합류한 레노버는 자사 전 제품라인업에서 울트라북 비중을 내년까지 40%이상 확대해갈 계획이다. 타사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 행보다.
조준구 한국레노버 전무는 “전 세계 노트북 시장 2위에 오른 레노버는 울트라북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경쟁우위를 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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