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글로벌 1위 기업 애플의 ''뽀샵질''

by조태현 기자
2011.08.17 09:56:35

[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요즘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서는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다. 포토샵 등 이미지 보정 프로그램으로 수정한 증명사진을 제출하지 말라는 것.

이유는 간단하다. 보정된 사진을 제출하면 인사담당자 등 회사 측에서는 입사 희망자의 얼굴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입사 희망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수정된 정보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 된 셈이다.

그런데 대기업에서 이러한 상식이 깨진 일이 생겼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IT 기업이라는 애플이 저지른 일이다.

애플은 지난 4일(현지시각)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 삼성전자(005930)의 태블릿 PC 갤럭시 탭 10.1 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 조치를 신청한 바 있다. 이때 애플은 갤럭시 탭 10.1이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 2와 닮았다는 증거 사진을 법원에 제출했다.

문제는 이 사진에서 조작된 증거가 발견된 점이다. 정상적인 갤럭시 탭 10.1의 가로와 세로 비율은 10:16이다. 하지만 애플이 제출한 증거 사진에 찍힌 갤럭시 탭 10.1의 가로세로 비율은 3:4에 가깝다.



실제 제품과 사진에 찍힌 제품의 크기가 달랐던 것. 단순히 크기만 아이패드 2와 비슷하게 조정됐다면 제품 내부에 있는 아이콘 등의 비율도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콘과 베젤(테두리) 등의 모습은 원래 모습에 가까웠다.

공교롭게도 애플의 증거사진 제출 시점이 갤럭시 탭 10.1의 출시 시점과도 겹쳤다. 갤럭시 탭의 독일 출시일은 5일(현지시각)로 예정돼 있었다.

이렇다 보니 애플 측이 갤럭시 탭 10.1이 아이패드 2와 비슷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 제출하는 사진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전자의 제품 출시일이 다가오자 무리했다는 지적이다.

당장 애플은 이번 사진 조작 의혹에 따라 이번 소송전(戰)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지적재산권 전문가들은 애플이 잘못된 증거사진을 제출했다는 점이 판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잘못된 증거사진을 제출한 것이 애플의 고의였는지 아니면 단순한 실수였는지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고의든 아니든 세계 최고의 IT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애플의 처신으로는 부적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