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킨의 오래된 미래…젠슨 황이 두번 찾은 '홀매장'[생생확대경]

by노희준 기자
2025.12.01 06:02:22

배달 선호 현상에 계륵같이 치여왔지만
정작 외국인 찾는 건 홀매장에서의 치맥 문화
K치킨, 단순 음식 아닌 공간적 경험에 기반한 콘텐츠
홀매장 축소...K치킨 해외 확산 씨앗 버려지는 격
홀 매장 운영 세제감면, 임대료 및 환경 지원 고민할때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깐부치킨을 찾은 지 한달이 지났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를 공개하자면 젠슨 황 CEO는 그날 밤(10월30일) 깐부치킨 삼성점을 2번 찾았다는 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이날 오후 7시께 회동한 뒤 그래픽카드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를 끝마치고 밤 11시반께 다시 깐부치킨 매장에 왔다. 엔비디아 관계자들과 치맥 회식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회사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건배를 하고 얘기를 나누며 소탈한 밤회식을 새벽까지 즐겼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CEO가 두번이나 깐부치킨을 찾을 정도로 K치킨에 관심을 둔 이유가 나는 ‘홀 매장의 힘’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필 하도 많은 K치킨 브랜드 중에 왜 깐부치킨이었을까라는 의문은 명쾌하게 풀리지 않는다. 초기 깐부(친구)라는 이름이 많이 거론됐지만 나는 깐부치킨에 배달전문 매장이 단 1개도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내에 온 외국인은 K드라마에서 본 치맥 문화를 즐기고 싶어하는데 정작 ‘가볼 매장’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한다. 그런 외국인 눈에 모든 매장이 홀 매장으로만 구성된 깐부치킨은 최적의 K치맥 장소가 아니었을까.

K치킨이 뜬 상황에서 K치킨 매력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홀 매장을 재조명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간 배달 중심 문화가 부각되면서 홀 매장은 계륵에 가까웠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가 높은 탓에 비대해진 공룡처럼 배달 중심의 문화에 치였다. 국내는 편리한 배달 문화에 젖어들었다. 정작 외국인 관심은 다른 데 있는듯보인다. 젠슨황이 그날 러브샷까지 보이며 연출하고픈 시각적 효과나 실제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체험하고 싶은 K치킨 모습은 단순 치킨 맛 그 자체를 넘어선 경험이다. 외국인 관광코스가 된 야구장에서의 치맥, 홍대 등 번화가에서 북적이는 치킨집 한구석, 한국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치킨집 등등. K치킨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공간적 경험에 기반한 문화 콘텐츠’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치킨 홀 매장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전국 치킨전문점 수는 2023년 기준 3만9789개로 2020년 4만2743개에서 3년 새 3000여개 줄었다. 반면 배달에 친화적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2023년 2만9805개로 2018년 2만5000개 수준에서 5년 새 5000개 가량 증가했다. 3000여개 치킨점 감소는 가맹점 모델보다 독립형 소상공인 치킨 매장에서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본토 치맥 문화’를 체험할 공간이 축소된다는 얘기와 같다. K치킨 선호도와 해외 확산 경로가 ‘한국 경험’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K치킨 세계화의 ‘핵심 씨앗’이 버려지는 느낌이다.

K치킨 세계화를 위해서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K치킨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외부로 나갈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내부에서 홀매장 같은 외국인이 경험하는 ‘K치킨의 공간적 인프라’를 어떻게 유지, 발전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음식은 맛 자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소비되는 특정 공간과 분위기와 만나 200% 완성된다. 같은 회 한 접시를 바닷가에서 먹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속초까지 달리는 게 인간이다. 홀매장 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홀 매장 운영에 대한 세제 감면이나 임대료 및 환경 개선 지원 등 정책적 지원을 고민할 때다. 깐부치킨의 카페형 홀 매장은 K치킨의 오래된 미래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