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보호냐 M&A 봉쇄냐...100% 의무공개매수해도 우회로 천지[위클리IB]

by지영의 기자
2025.11.29 11:02:03

"100%는 과하다"...고강도 의무공개매수 도입시 부작용 우려
소액주주 보호하려면 제도 설계 더 정밀하게 해야
M&A 위축 자명한데...''합법적'' 우회로는 얼마든지 만든다
"제도도입 하지 말란 것 아냐, 합리적 비율로 하자는 것"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한 의무공개매수제가 28년 만에 재도입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적용 방식에 따라 국내 M&A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되거나 대주주·인수자가 규제 밖의 ‘합법적 우회로’를 찾는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 시장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소액주주 보호 효과는 제한적이고 오히려 M&A 생태계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국회에 따르면 내달 1일 열리는 민주당과 금융위원회 당정협의회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세부 기준과 예외 규정 등을 조율할 전망이다. 관건은 인수자가 상장사 지분 인수 시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하는 지분 비중이 어느 정도로 결정나느냐다.

정치권에서는 비교적 고강도 의무공개매수안이 우세하다. 현재 민주당이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은 인수자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할 경우 남은 지분을 동일 가격으로 전량(100%) 매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직전 정부에서 검토됐던 ‘50%+1주’ 기준보다 적용 범위가 훨씬 넓은 셈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이 대체로 전량 매수 구조를 택하고 있어 제도 방향은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만 향유하는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정치권에서 밀어붙이는 잔여지분 100% 의무공개매수가 실제로 통과 되면 시장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인수 비용이 폭증해 상장사 인수합병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부담 때문이다. 지분 25% 취득 후 잔여 주식을 모두 매수해야 한다면 M&A 비용이 감당 못할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어서다. 대형 금융기관이나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 전략 투자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상장사 인수 자체를 검토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혹은 국내 상장사가 상대적으로 더 자본력이 있는 해외 사모펀드들에게만 팔리는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다는 평가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 M&A는 단순히 경영권을 사고파는 거래를 넘어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통로로 기능해왔다. 부실 사업부 매각, 산업 구조조정, 회생 절차 보완 등 공공 부문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사모펀드와 전략적 투자자들이 자본을 투입해 기업을 정리하거나 재가동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신산업 진출과 비효율 자산 분리, 오너 승계 등도 M&A를 활용해 원활히 이뤄져왔다. M&A가 위축되면 국내 상장기업 생태계에 유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피해갈 ‘합법적’ 우회가 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한 유럽의 기업생태계에서는 지분이 분산되고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중심 통제가 비교적 원활하게 작동한다. 경영권을 취득하면 동일 조건으로 잔여 주주에게 매수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지분 취득 이후에도 이사회·규제당국의 감시가 뒤따라 핵심 자산을 분리하거나 상장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회피하기 어렵다.

반면 국내는 대주주 권한이 의사결정 전반을 지배하고 이사회 독립성이 취약해 동일한 규칙이 단순 적용될 경우 25% 이하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함께 사업부 매각, 자회사 이전, 상장폐지 등 구조적 우회가 먼저 등장할 수 있다는 평가다. 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면서 소액주주 보호라는 취지를 현실화하려면 전량 강제보다는 매수 의무 비율·예외 규정·단계적 적용 등 국내 지배구조에 촘촘하게 맞춘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비상장사 지분 위주로 사려고 하면 그만이지만, 자금줄이 막힐 상장사는 우회로를 만들기 위해 발버둥칠 것"이라며 "상장 지분을 건드리지 않고 기업의 핵심 자산을 유동화하거나, 핵심 사업부나 브랜드 운영권 등을 다른 사업체로 옮겨 상장된 본체가 빈껍데기가 되는 일은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든 주가를 올려보겠다고 밀어붙이는 정치권에서는 안 보이겠지만, 금융시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의무공개매수 비율이 100%로 정해지면 상장사 M&A만 망가질게 자명하게 보인다"며 "M&A시 의무공개매수 도입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범주로 해야 시장과 주주가 모두 건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