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버텨야하는 AZ 1000만명분, 고령자·변이 효과성 논란 계속(종합)

by박경훈 기자
2021.02.07 12:33:44

1분기, 화이자 6만명분 제외 AZ 1000만명분이 전부
중앙약심위 "만 65세 이상 접종, 신중 결정" 당부
유럽 각국 고령자 AZ 접종 제외…英 당국 "효과 있어"
전문가 "AZ 백신, 최소한 중환자 확실히 줄일 수 있어"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출발선을 끊기도 전부터 논란이다. 가장 큰 요소는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효과성 불신이다. 당장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들여오는 화이자 백신 5만 8500명분을 제외하면 1분기에 도입되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이 전부다. 전문가들은 여타 백신이 들어오는 2분기 전까지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4일 영국 버밍엄 코로나19 임시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사진=AFP)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해도 좋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중앙약심위는 “만 65세 이상은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접종을 신중히 결정하라”는 주의사항을 달도록 했다. 5시간 반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이다.

구체적인 일정을 잡히지 않았지만 이후에는 식약처 최종점검위원회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걸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 범위를 결정한다. 전문가 판단에 따라 고령층 사용이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고서는 고령층 효과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결국 독일·프랑스·스웨덴 등은 65세 미만, 폴란드는 60세 미만, 이탈리아와 벨기에는 55세 미만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방침을 정했다. 이밖에 스위스는 추가 연구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 승인 여부를 보류하기도 했다.

이러자 아스트라제네카 본사가 있는 영국 정부까지 나서 논란 진화에 나섰다. 현지시간 5일 BBC 방송,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독립 규제기관인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지난달 24일까지 백신을 접종한 700만명을 대상으로 안전성 관련 분석을 진행했다. 이들 대부분은 화이자 백신을 맞았고, 일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우선 화이자 백신 접종자 중 일부는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지만 10만명당 1~2명으로 매우 드문 통계를 나타냈다. 흥미로운 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만 65세 이상 등 고령층에도 효과가 입증됐다고 재차 강조한 것.

영국 백신 승인에 관여한 인체용 약품 전문가 워킹그룹 위원회(Commission on Human Medicine Expert Working Group) 위원장인 뮈니르 피르모하메드 경은 “(영국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할 당시 65세 이상에 관한 충분한 자료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많은 이들이 임상시험을 끝냄에 따라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추가 자료를 볼 수 있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역시 노령층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또 다른 논란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성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기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12명이 추가 발견됨에 따라 국내에서 누적 사례는 총 51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영국발 변이 감염자가 37명, 남아공발 변이 감염자가 9명, 브라질발 변이 감염자가 5명이다.

현재까지 나온 백신들은 각종 변이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는 걸로 알려졌다. 현지시간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옥스퍼드대와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의 연구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하는 것으로는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경증·중등증 발현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타 백신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모더나는 자사 백신이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 예방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자 백신 유전자 배열을 재구성해 임상 시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화이자는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실 연구 결과 자사 백신이 예방 효과가 덜했다고 밝혔지만, 변이 바이러스 자체를 시험한 결과는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백신 중앙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측정하는 대기구역과 예진과 백신 접종을 시행하는 접종구역, 접종 후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관찰구역을 차례로 둘러보며 당부 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전국 250여 곳의 예방접종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면서 “국민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신속하고 편리하게 접종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자 효과성 △변이 바이러스 효과 여부 등 불신 요소에 더해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가 1에 근접해 재확산 우려가 번지는 등 상황은 녹록지 않다.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적어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기 때문에 접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1분기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입원환자·입소자, 종사자 등 78만명을 대상으로 한 접종을 시작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고령자 임상 수가 적긴 하지만 다른 백신과 마찬가지로 최소한 중증환자나 사망자는 확실히 줄일 수 있다”며 접종을 권고했다.

천 교수는 “요양원은 종사자·간병인이 접종한 후 보호자 동의가 있는 입소자가 맞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만약 백신의 여유가 있다면 등교 수업이 결정된 초등학교 교사에게도 접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