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철근 기자
2014.02.06 09:16:53
특허 분쟁 위협 사전 방지.. R&D 강화 등 혁신에 집중
애플과 특허 협상서 압박 기대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삼성전자(005930)가 지난달 27일 구글과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특허공유) 계약을 체결한 지 10여일 만에 세계적인 무선통신장비 및 서버 제조업체 시스코와도 2024년까지 특허공유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선 지난 4일 구글과 시스코도 특허 공유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삼성전자-구글-시스코’의 삼각 특허 동맹이 완성됐다.
이처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간 특허 공유사례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은 특허 분쟁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특허 분쟁을 사전에 방지해 특허 경쟁력 강화를 지속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스코와 협력관계 공고화
삼성전자는 시스코와 지난 2008년 와이브로 특허 공유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출시한 갤럭시S2와 갤럭시탭에 시스코의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솔루션을 탑재했고, 지난달에도 태블릿 신제품에 시스코의 웹액스 미팅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시스코는 미국 등록 특허만 9700여 건(작년말 기준)에 달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인수를 통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2011년 4894건, 2012년 5081건, 2013년 4676건 등 꾸준히 미국 내에서 업계 최다 수준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이처럼 양사가 보유한 많은 특허를 공유함으로써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걸림 돌이 될 수 있는 특허분쟁 소지를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소송과 같은 사례를 재발하지 않고자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스코 역시 삼성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특허를 확보해 잠재적 특허 위협을 줄이는 등 양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특허분쟁 위협↓·애플과 협상서 압박 수위↑
삼성전자가 최근 글로벌 ICT 기업과 연이어 특허공유계약을 체결한 것은 무엇보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특허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ICT 업계는 기업간 특허 소송 외에도 특허전문 관리회사인 NPE(Non-Practicing Entity)를 통한 소송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NPE에 특허를 매각하고, NPE는 소송을 남발해 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라며 “이는 결국 소비자 선택권 제한 및 제품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댄 랭은 시스코 특허담당 부사장도 “최근 지나친 소송으로 혁신이 제약당하고 있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시스코와의 삼성이 이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혁신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애플과의 특허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과 애플은 미국 법원의 명령에 따라 오는 19일까지 양사 최고경영자가 만나 특허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애플은 최근 삼성이 합의문에 복제금지 조항을 넣어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구글, 에릭슨, 시스코 등과 연이어 특허 공유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이 재판부에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ICT 기업간의 특허 공유계약 체결이 활발해지면서 직·간접적으로 애플을 압박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라며 “애플도 글로벌 ICT 업계의 흐름에 맞춰 삼성과의 특허협상에서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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