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中企 아이디어 가로채지 않겠다"..3不 정책 선언

by함정선 기자
2010.07.12 10:00:00

대기업 위치 악용한 3가지 행동 근절로 中企와 동반성장
"중기 자원낭비 막고, 아이디어 가로채지 않으며, 경쟁하지 않을 것"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KT가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을 위해 중소기업의 발전을 막는 3가지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3不(불)` 정책을 선언했다.

KT(030200)는 12일 광화문 사옥 올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위해 3불 정책을 중심으로 앞으로 실현할 여러 방안에 대해 밝혔다.

이날 KT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협력관계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3가지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KT가 약속한 3불 정책은 ▲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게 하고 ▲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KT로 인해 중소기업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은 협력사들이 KT의 구매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발생했던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그동안 KT 협력사들은 KT의 구매 수요를 예측할 수 없어 생산,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제품개발을 완료하고도 상용화가 되지 않아 자원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같은 자원낭비를 막기 위해 KT는 수요 예보제를 신설하고 개발 협력제도를 개선해 중소기업과 협력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수요 예보제는 시장과 기술 경향과 중단기 사업 전망에 따른 구매 수요를 미리 공개하는 제도다. KT는 매년 초, 2011년 물량 수요 예보를 시행하고 사업부서의 중단기 사업 전망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달 말 1차 수요예보 자료가 제공되며, KT는 변동사항을 수시로 협력사와 공유할 전략이다.

개발 협력제도는 KT의 개발계획을 사전에 공개하고, 개발을 협력 시 이를 KT에 신고하도록 해 해당 개발이 사업화되지 않더라도 중소기업이 자원 투입에 대한 적정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겠다는 것은 협력사의 개발 아이디어가 불명확한 이유로 채택되지 않거나, 검토 기간이 길어졌을 때 경쟁 기업 등에 아이디어를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KT는 협력 관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비밀유지계약(NDA, Non-Disclosure Agreement)`을 맺어 제안 사항이 타 업체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KT 내부에서 아이디어가 유출되면 관련자를 엄중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또한 KT는 `아이디어 제안 사이트(ktidea..kt.com)`를 개편해 접수창구를 일원화하고 사전 등록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한 제안사항 검토와 채택을 2개월 이내 완료하도록 절차를 개선, 6개월 이상 소요됐던 아이디어 검토 기간도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분야별 특성에 맞도록 수용하고 제삼자 검증을 통해 객관적으로 아이디어 가치를 확인할 길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아이디어 보상 구매제도를 신설해 중소기업이 KT 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나 사업모델 등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이에 대해 보상할 예정이다. 제품 개발 필요 없이 상용화가 가능하면 협력사에 최대 50%까지 구매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별도 제품 개발이 필요하면 개발 성공 시 일정 기간에 구매를 보장한다.

특히 KT는 아이디어와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IT 핵심 솔루션 분야에 55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하고, 모바일 앱·콘텐츠 분야에는 기존 450억원 규모의 펀드를 활용할 전략이다. 이에 따라 우수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춘 중소기업에 개발비용을 먼저 지원하고 향후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될 전망이다.

3불 정책의 마지막인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중소기업에 KT의 자산을 제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다. 그동안 KT 등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에 진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KT는 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을 동반성장 전담 조직을 신설해 사업제안과 사업화, 구매 등 단계별 과정을 최적화하고 분야별 전문 인력을 배치해 다양하고 적극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중소기업과 상생을 넘어 동반성장으로 나아가는 것은 결국 고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터를 닦는 일"이라며 "지속적인 오픈 정책으로 중소기업과 함께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고 IT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열어가는데 KT가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KT는 지난해 6월 29일 중소기업과 상생협력을 위해 최저가 입찰 폐해 방지, 유지보수비 지급 확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자립기반 강화, 현금 결제 및 금융 지원 확대 등 구매제도를 혁신한 바 있다. KT 구매전략실이 지난 5월 114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구매 혁신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KT는 장기협력사 제도 등 15개 항목에서 5점 만점에 평균 4.22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