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SUV차량 간섭효과 본격화(?)

by지영한 기자
2004.08.25 10:26:19

스포티지 출시 맞물려 싼타페·투싼 판매감소
스포티지·싼타페·투싼 배기량(2.0ℓ) 동일 `경쟁 불가피`

[edaily 지영한기자] 기아차(000270)의 콤팩트(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차인 `스포티지`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005380)의 투싼과 싼타페 8월 내수판매가 큰 폭 감소해 관심을 모은다. 특히 스포티지는 투싼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인데다 스포티지·싼타페·투싼의 배기량이 모두 2000cc급이란 점에서 상호 간섭효과 등으로 계열사 차종간 상호 제살깍기(카니발리제이션)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가세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지난 17일 출시한 `뉴 스포티지`의 계약대수가 영업일수 5일만에 1만대를 돌파하고, 5일간의 계약대수(1만366대)가 지난달 국내완성차 5사의 전체 SUV 판매대수(2만779대)의 49.9%에 달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스포티지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 현대차의 SUV 모델인 싼타페와 투싼의 8월 판매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1~20일 싼타페와 투싼의 판매는 각각 1956대와 1099대로 전월동기대비 37.1%와 41.10%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 일각에선 현대차와 기아차가 SUV시장에서 다른 메이커의 경쟁을 따돌리고 서로 `윈-윈(Win-Win)`하기보다는 제로섬 게임처럼 서로 시장을 빼앗는 소위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의 악순환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반응이다. 8월중 투산의 판매부진은 유럽 수출물량 조정에 따른 생산부족에 기인하고, 지난 12일 2005년형 모델이 출시된 싼타페의 경우도 출시 이전모델의 재고부족으로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스포티지가 투싼과 플랫폼(엔진·트랜스미션을 연결하는 자동차의 기본구조)을 공유하고 있고, 스포티지와 투싼이 싼타페와는 배기량(2000cc)이 동일해 이들 차량들 사이에 간섭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싼타페의 경우엔 연식 변경모델을 꾸준히 내놓고 있지만 내년중 후속신차인 `CM`(프로젝트명)의 출시가 예고돼 있는 등 사실상 모델 말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신차인 스포티지와 투싼이 싼타페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기아차의 기존 SUV 차량인 `쏘렌토`의 경우엔 배기량(2500cc) 등에서 현대·기아차의 신형 SUV 차량들과는 격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서로간에 큰 충돌은 야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쏘렌토는 스포티지 출시는 물론이고 일부 차량에서 야기된 5단 변속기 결함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달 1~20일 판매가 1613대를 기록, 전월동기대비 오히려 7.7%의 증가세를 시현했다. 현대·기아차가 신모델이 가세한 SUV시장에서 상호 차별화를 통해 간섭효과를 극복하고 서로 상생(相生)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