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황현이 기자
2004.05.18 09:50:32
[edaily 황현이기자] 최근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긴장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고 17일 CNN머니가 보도했다. 다만 이라크 수감자 학대 파문,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장 피살, 터키 폭탄테러 등 폭력사태가 연일 연발하고 있어 비관론의 힘이 차츰 강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시장의 적응력을 믿는 측에선 주식시장의 성패를 가름하는 궁극적인 요인은 기업실적이라며 지정학적 위기는 일시적인 충격 내지는 매도의 핑계를 제공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사이버트레이더의 켄 타워 수석 시장 전략가는 "우려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는 거의 매일같이 그러한 상황을 접하고 있다"며 "시장에 중대한 요소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전쟁이 주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컴버랜드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투자 담당은 전시에는 정부지출이 늘어나 경제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톡에 따르면 통화당국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역사적으로 전시에 저금리를 유지, 행정부의 정책 집행을 수월하게 만들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서도 이라크전에 즈음한 행정부와 통화당국의 합작적인 팽창정책이 미국의 경기회복을 도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그러나 전시 지출로 늘어난 재정적자가 결국 경제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논리가 맞선다. 파트너리애셋매니지먼트의 존 데이비슨 최고경영자(CEO)는 "침체기(리세션)에서 탈출할 때 전쟁이 촉매가 될 수는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일단 침체에서 벗어난 뒤에도 지출이 이어져야 하는 상황이 조성돼 있을 경우 경제에 좋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더해 전쟁은 미국을 비롯한 참전국에 대한 적대의식을 배양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본토에서 벌어진 9.11테러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경우 경제와 시장 공히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국에 직접적인 공격이 가해지지 않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은 이에 버금갈 수 있다. 현재 주요 산유지역인 중동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위기는 원유 가격이라는 비용 요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7일 현재 국제유가는 중동의 정정 불안에 따른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일면서 나흘째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순수하게 기업이익 동향만을 살피는 전문가들조차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월가에서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불안정한 경제 시스템에 외부적 충격이 닥칠 공산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라며 "다소의 억지를 감안하면 `파국`의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