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오해와 진실]짐에 갈린 성적표…대한항공은 되고 제주항공은 안되는 이유

by이소현 기자
2020.08.08 15:00:00

대한항공·아시아나 ‘깜짝 흑자’…‘대마불사’ FSC
유류비·인건비 등 고정비 절감 노력…‘불황형 흑자’
LCC, 여객 중심…중소형 여객기 보유해 화물 수익성↓
제주항공 상반기 -1500억…LCC 끼리 ‘출혈경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2분기 별도기준 경영실적 현황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마불사(大馬不死)’

쫓기는 대마가 위태롭게 보여도 필경 살 길이 생겨 죽지 않는다는 바둑용어다. 지난 2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FSC)의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표현일 듯하다.

글로벌 항공 화물 수요가 급증하고 항공운임 단가가 오르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흑자전환이 점쳐질 때만 해도 설마 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객 수요가 90%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대한항공 2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485억원으로 작년 2분기(-1015억원)에 비해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1624억원으로 작년 2분기(-3808억원)에 비해 흑자 전환했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1조6909억원에 그친 것에 비교하면 깜짝 성과다. 아시아나항공도 선방했다. 아시아나항공 2분기 별도기준 매출은 81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15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을 보면 대한항공은 8.8%, 아시아나항공은 14.1%다.

코로나19 사태에도 국제선 하늘길이 90%가량 줄어든 상황에서도 흑자를 낼 수 있던 것은 화물 수송실적의 공이 절대적으로 크다. 대한항공 화물 수송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17.3% 증가했고, 화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에 달하는 1조2259억원을 달성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 매출은 63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5% 증가했다.



항공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항공사 중에 흑자경영을 한 유일한 항공사가 됐다. 역성장에 머물러 있는 경쟁사와 비교하면 국적항공사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띈다.

대한항공과 유사한 노선과 화물기단을 운영 중인 캐세이퍼시픽의 올해 상반기 화물운송 실적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28%, 루프트한자는 35%까지 하락했다. 여객기 하부 화물칸을 이용하는 벨리(Belly) 수송이 어려워지자 여객기 위주로 운항하는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영국항공의 지난 5~6월 화물 수송실적은 전년대비 30~45%까지 떨어졌다.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미국의 델타항공도 지난 2분기 6조74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한항공 2분기 영업비용 절감 현황(자료=대한항공 IR보고서)
화물에 이어 흑자비행을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뼈를 깎는 고정비 절감 노력이다. 항공업에서 고정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유류비와 인건비다. 여객 사업이 줄다 보니 유류비는 자연스럽게 절감이 됐고, 인건비는 전임직원이 무급과 유급휴가에 돌입하면서 비용 절감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연료비·인건비 등 영업비용은 1조5424억원으로 전년 대비 50.4% 줄였다. 지난 4월부터 전 직원 중 70%가량의 직원들이 휴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회사의 비용절감 노력에 힘을 보탰다. 세부적으로 보면 유류비는 유가 하락과 소모량 감소로 2000억원, 인건비는 코로나로 인한 휴업과 휴가 소진, 비행 감소로 수당 감소 등으로 5000억원, 공항관련비는 여객 운항 감소로 시설이용료, 공항조업비, 화객비 등 동반감소하면서 2000억원을 줄였다.

화물이 선방하기도 했지만, 이처럼 임직원의 임금 반납과 유·무급휴직 등 비용절감이 뒷받침된 점을 고려하면 ‘불황형 흑자’라 마냥 기뻐할 수만 없을 것 같다는 얘기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에미레이트항공 등 글로벌 항공사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와중에도 국적항공사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서 버티고 있다.

대형항공사와 달리 저비용항공사(LCC)는 지난 2분기 모두 적자다.

LCC는 화물 사업을 하지 않는다. 여객에만 집중하고 있다.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중대형 항공기를 보유한 진에어만 하고 있다. 거의 모든 LCC는 보잉 737-800 항공기와 같은 항공기종의 단일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구조다. 또 보유하고 있는 여객기가 모두 중소형이라 이를 화물기로 전용해 사용한다고 해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

제주항공 2분기 연결기준 경영실적 현황
여객 중심인 LCC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로 그나마 화물 영업이 가능한 대형항공사와 달리 적자 폭을 상쇄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분기 대형항공사가 흑자비행을 했지만,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마저도 상반기 1500억원가량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제주항공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8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74억원)와 비교해 적자 폭이 증가했다. 이로써 제주항공은 지난해 1분기 5년 연속 흑자를 끝으로 5분기 연속 적자 경영을 이어갔다.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하기 전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274억원 실적과 비교하면 적자폭은 208.8% 늘었다.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이 657억원임을 고려하면 지난 2분기 적자는 28.9% 더 늘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 한 달 넘게 국제선 운항을 했던 1분기(1~3월)와 달리 2분기는 국제선 운항이 사실상 ‘셧다운’ 되면서 적자 폭을 확대한 것. 매출은 36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8.5% 감소했다. 순손실은 832억원으로 적자 폭이 182.1% 확대됐다.

제주항공은 사활을 걸고 김포~여수 등 국내선 확대에 나섰지만, 국제선 운항이 사실상 중단된 터라 이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주항공은 현재 국제선 76개 중 4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으며, 국내선은 부정기편을 제외하고 8개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항공업은 유류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서 이를 고려하면 운항거리가 짧은 국내선에서 큰 이익을 거둘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국제선 운항이 원활하지 못해 모든 LCC가 국내선 운항에 집중하면서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출혈 경쟁이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