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올산업, 빗썸 인수설 여파에 주주 소송전까지 `몸살`

by박태진 기자
2019.07.28 14:02:22

비티씨홀딩컴퍼니·비덴트 15억 등 손해배상 청구
BTHMB “회사가 입은 피해보상 차원”
“작은 기업, 큰 기업 인수시 투심 악화 영향”

암호(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설의 중심에 섰던 자동차 카펫업체 두올산업이 빗썸 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휘말렸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최근 암호(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설의 중심에 섰던 자동차 카페트 업체 두올산업(078590)이 법적 공방에 휘말렸다. 빗썸의 주주사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두올산업은 빗썸 최대주주인 비티씨홀딩컴퍼니와 2대주주인 비덴트(121800)가 지난 16일 회사를 상대로 15억원과 이에 대한 이자 등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두올산업의 자기자본대비 5.74%에 해당한다.

현재 빗썸의 지배구조는 김병건 BK그룹 회장(100%)→BK BM홀딩스→SG BK그룹→BK SG(50.5%)→BHTMB홀딩스→비티씨홀딩컴퍼니(75.99%)→비티씨코리아닷컴(빗썸 운영사)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김 회장이 지난해 빗썸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후 그려진 그림이다. SG BK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그는 작년 10월 BK컨소시엄(BXA)을 통해 빗썸 인수를 공식화하고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매입을 추진해왔다.

SG BK그룹은 BK컨소시엄의 지분 95.83%를 보유하고 있는 BK SG의 최대주주다. BK SG는 SG BK그룹이 지분 지분 50.5%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SG BK그룹은 김 회장이 주주(지분율 100%)인 BK BM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BK SG는 빗썸 인수 주체인 BTHMB홀딩스 지분 91.97%를 보유 중이다. BTHMB홀딩스는 빗썸의 대주주인 비티씨홀딩컴퍼니를 인수하기 위해 꾸려진 컨소시엄이다. 비티씨홀딩컴퍼니는 빗썸 운영사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지분 75.99%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다. 비덴트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2대주주로 지분율은 10.6%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김 회장은 BK BM홀딩스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춘 것이다.

하지만 두올산업이 SG BK그룹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빗썸 인수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결국 이번 소송은 지난 9일 두올산업의 SG BK그룹 투자 및 인수 결정 공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두올산업은 당시 싱가포르에 있는 SG BK그룹의 지분 57.41%를 2357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두올산업의 출자가 완료되면 SG BK그룹은 김 회장 측이 42.59%, 두올산업이 57.41%를 각각 보유한 법인이 된다. 출자 완료시 두올산업이 과반이상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두올산업이 빗썸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두올산업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통해 21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이에 이 회사는 9일과 10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시 다음날(10일) 빗썸의 대주주격인 BTHMB홀딩스가 두올산업의 인수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나섰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BTHMB홀딩스 측은 “두올산업과 SG BK그룹이 재무적 투자를 하고 싶다고 제안한 건 사실이지만, 투자나 인수와 관련해 체결된 계약은 없다”고 밝혔다. 두올산업이 SG BK그룹을 인수했다고 해서 바로 빗썸 경영에 참여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게 BTHMB홀딩스의 설명이다. 현재 빗썸 운영사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최대주주는 비티씨홀딩컴퍼니다. SG BK그룹은 비티씨홀딩컴퍼니 최대주주인 BTHBM홀딩스에 대한 의사결정권한이 없어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제안만 들어왔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창현 두올산업 대표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분투자를 제안한 것은 맞지만 빗썸의 지분을 직접 인수한 것은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법적공방을 막지는 못했다.

빗썸 주주사들은 “두올산업의 공시로 인해 빗썸 인수로 오인한 투자자들이 투자의사를 철회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자료=마켓포인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할 때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암호화폐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빗썸 인수설이 나왔을 때 만해도 두올산업은 대박을 칠 기세였다”며 “하지만 통상적으로 그렇듯 규모가 작은 기업이 큰 곳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우려가 적지 않았고,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면 해당 기업들과 관련 업체들에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덩치가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하려고 할 때 피인수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을 불러와 해당 기업은 물론, 관련 업체들의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비덴트 주가는 26일 기준 전거래일대비 1.42% 하락한 692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올산업의 SG BK그룹 지분 인수 공시가 발표된 지난 9일보다 16.12%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긴 것도 소송으로 번진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 측은 빗썸 인수를 통해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당초 세계적인 투자자를 구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계획에 문제가 생겼고 끌어온 자금마저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설과 함께 두올산업을 통해 인수대금을 조달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빗썸 주주(업체)들에 대한 투심도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