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가방·이건희 슈트… 잘나가는 아이템 한곳에
by조선일보 기자
2010.01.26 12:00:00
[조선일보 제공] 패션계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여자 셋이 모였을 때 똑같은 옷을 입고 있으면 서로 창피해하고, 남자 셋이 서로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으면 편안해한다고. 그만큼 상당수 남성이 패션엔 '보수적'이라는 이야기다. 불황 때 남성복 매출이 지지부진한 것은 아마 이런 배경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럭셔리 남성복'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최근 '이건희 정장' '오바마 슈트' 등이 화제에 오르면서 고가(高價)의 남성 정장과 액세서리는 불황을 모르고 팔리고 있다. 또 최근 정우성·이정재 등 '멋 좀 낼 줄 안다'는 스타뿐만 아니라 지드래곤을 필두로 20대 젊은 스타들이 패션을 선도하면서 옷 잘 입는 남성들이 매력 코드로 부각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매출 중 20~30대 남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17%, 2007년 23%, 2008년 25%, 2009년 28%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의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매장의 경우 슈트 한 벌의 가격이 200만~300만원대 정도로 높지만, 30대 남성들의 구매량이 작년보다 20% 정도 높아졌다. 제냐 역시 가격대는 다소 높지만, 니트나 셔츠 등 단품이나 넥타이·지갑 등 액세서리 위주로 30대 남성들이 많이 구매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준 명품급인 수입 캐주얼 브랜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DKNY맨의 경우에는 30대 남성 고객들의 매출이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오바마 가방으로 알려진 '투미'는 기업에서 임직원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하는 비중도 작년보다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 백화점의 ‘큰손’으로 떠오른 30~40대 남성들을 위한 럭셔리 매장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시간이 많지 않은 전문직 남성들을 위해 한곳에서 모든 걸 쇼핑할 수 있는 편집매장이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멘즈 스타일 플러스’. / 신세계백화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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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센텀시티에서는 남성 전용 백·구두·화장품·필기구 등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한 '멘즈 스타일 플러스(Men's Style Plus)' 편집매장을 선보였다. 빅터 앤 롤프·모스키노 등 개성 강한 브랜드의 넥타이와 속옷, 손수건 등도 구성되어 있다.
옷만 잘 입는다고 패션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진짜 멋을 아는 남자는 시계와 구두를 먼저 산 뒤 옷을 맞춰 입는다. 롯데백화점은 럭셔리한 비즈니스 액세서리 중심으로 남성 잡화 상품군을 대폭 강화해 본점을 비롯한 6개 점에서 '럭셔리타이 편집숍'을 운영 중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페라가모 외에 구찌·펜디·베르사체·랑방·제냐 등의 브랜드를 추가하여 평균 10여개의 해외명품 직수입 타이를 구성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본점에 층별로 흩어져 있는 남성만을 위한 패션 액세서리를 한곳에 모은 남성 전문 럭셔리액세서리숍인 '다비즈 컬렉션(David's Collection)'을 연다.
갤러리아명품관 4층은 명품 슈트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으로 꼽힌다. '브리오니'와 맞춤 정장의 자존심 '장미라사'는 물론 2008년 스테파노리치·키톤·꼬르넬리아니 등 프레스티지 브랜드가 대거 입점했고, 톰포드·란스미어 등도 들어왔다. 특히 '나만을 위한 명품'의 욕구가 강해짐에 따라 스테파노리치·키톤·톰포드·브리오니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는 맞춤 정장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고정고객을 위한 프로모션도 활발히 진행된다. 꼬르넬리아니·키톤 등의 브랜드는 '와인클래스'를 진행하고 있고, 톰포드는 오는 4월 고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트렁크쇼를 매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또 갤러리아명품관은 최고급 수제화 브랜드인 '벨루티'를 2008년 3월에 오픈했고, 2009년 4월 영국 왕실의 구두를 책임지는 '존롭'을 오픈했다.
·20~30대 세련된 남성들의 로망 '톰 포드'-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오바마 슈트로 이름난 '까날리'-신세계백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