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바꾼 성장동력, 계획대로만 된다면야

by김세형 기자
2008.09.22 11:33:03

차세대 성장동력 대부분 계승
시기별 성장동력화..타 정책과 공조
규제 완화 등 험로 예상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우리나라의 향후 5∼10년 뒤 먹거리로 무공해 석탄 에너지 등 22개 과제가 제시됐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제시됐던 10대 과제를 시대 흐름에 맞게 확대 개편한 것으로, 사그라들고 있는 IT 동력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마다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성장동력 찾기에 가이드 역할을 해줄 지 주목된다.

한편으로는 신성장동력들이 내세운 전망들이 너무 장밋빛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9조원에 달하는 투자 재원 대부분을 민간에서 조달할 방침인데다 사회적 마찰이 예상되는 금산분리 완화 등이 성장동력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조건들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 목표를 위한 목표로 끝날 지, 실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지 지켜볼 일이다.



신성장동력기획단이 내놓은 22개 과제는 에너지와 환경 분야 과제를 새로 편입하고, 지난 2003년 발표된 10대 성장동력도 대부분 승계했다. 다만 10대 성장동력중 디지털TV는 성장동력화가 완료됐다는 이유로, 홈네트워크는 이제 민간이 나서야 할 때라는 이유로 제외됐고 나머지 동력들은 핵심 추진 분야가 바뀌었다.

무공해 석탄에너지와 해양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회수 및 자원화, 원전 플랜트 등 에너지와 환경 5대 분야가 새롭게 추가되고, 10대 성장동력시 있었던 차세대전지가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또 미래형 자동차는 그린카, 차세대 이동통신은 차세대 무선통신, 방송은 방송통신 융합미디어로 변신했고, 선박해양시스템과 RFID, 디자인과 헬스케어, 신소재·나노융합 등이 새로 추가됐다.

기획단은 "차세대 성장동력은 미래 신기술 중심으로 정부가 주도한 R&D중심의 단기계획이었다"며 "신성장동력은 전체 산업군을 포함해 포괄하면서, 민간의 역할을 강화했고 R&D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사업화에도 역량을 집중하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성장동력은 과제별로 단기와 중장기 과제로 나뉘어 추진된다. 기술과 시장의 성숙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성장동력화를 추진하겠다는 것.

5년 이내 성장동력화가 가능한 단기 성장동력으로 방송·통신 융합미디어와 문화 컨텐트, 디자인, 소프트웨어, 반도체, IT융합, 선박·해양시스템 등 7개 과제가 선정됐다. 이들 과제는 실용화 기술개발과 투자환경 조성에 집중적으로 나서게 된다.



5∼10년안에 성장동력화가 가능한 중기 과제로는 차세대 무선통신과 연료전지 발전시스템, LED 조명, 태양전지, RFID, 원전 플랜트, 디스플레이, 헬스케어 등 8대 과제가 뽑혔다. 이들 과제는 핵심기술 선점 및 시장창출이 당면 과제다.

또 CO2 회수 및 자원화, 해양바이오 연료, 그린카 등 나머지 과제들은 10년 이후 성장동력화할 과제로 제시됐다. 원천기술 확보와 함께 인력양성이 주된 관심사다.

이와 함께 이번에 제시된 신성장동력들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그린에너지 발전전략 등 이전 발표된 정책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상 원전 플랜트가 중요시되고 있고 9대 과제중 풍력만이 신성장동력에서 빠져 있다. 또 지경부가 이전에 내놓은 뉴IT 전략상의 과제들도 포함됐다.

기획단은 이와 관련, "신성장동력 발전전략 추진은 여타 국가 전략과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국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발전전략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종합 발전 전략"이라며 이전 발표된 정책들과 상호 발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단은 이날 제시한 과제들의 신성장동력화에 내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총 99조4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약 7조9000억원, 민간에서 약 91조5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당장 내년의 경우 정부가 1조3000억원, 민간은 10조5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신성장동력화의 첫 단추가 잘 꿰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속에 내년 투자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선뜻 나설 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기획단이 성장동력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규제들을 완화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기획단은 민간투자 유도를 위해 출자총액제도 폐지와 수도권 규제 완화, 금산분리 원칙 완화 및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총제 폐지는 현재 국무회의까지 통과됐지만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재현 우려 등이 있어 국회 통과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수도권 규제 완화도 비수도권의 반발에 밀려, 정부는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금산분리 원칙 완화 역시 최근 불거진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금융에 대한 통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쉽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기획단은 신성장동력화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신성장동력분야 수출이 올해 1208억달러(수출비중 27.7%)에서 2013년에는 3069억달러(45.8%)로 전체 수출의 절반에 육박하고 일자리도 2013년까지 88만개가 새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될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