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날을 만들자)<4부>(16)한국경제 재도약, 직접금융에 달렸다

by김세형 기자
2006.11.27 11:30:00

벤처기업은 한국경제의 희망..가계의 투자가 벤처신화 초석
"한국경제 재도약, 투자문화 정착과 직접금융 활성화에 달려"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투자는 '저금리-고령화'에 직면한 가계가 '위기'를 돌파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가계의 투자로 조성된 '직접금융'은 우리경제가 활력을 되찾게 해줄 희망이다. 테마기획 4부에선 투자시대에 걸맞는 투자환경 및 투자문화 조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투자의날' 제정의 당위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97년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자기자본은 제로였다. 자기자본이 제로이니 삼성전자는 망한 회사가 돼버렸다. 돈이 모자라 1조원 규모의 차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은행문 앞에서 쪼그려 앉아 은행장을 기다렸다가 울면서 나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삼성전자 최도석 경영지원 총괄사장이 지난해 한 대학 강연에서 IMF 시절을 회고하면서 한 말이다. 삼성전자는 98년부터 99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증자를 통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은행의 추가 차입이 어려웠던 시절이니 증자 대금이 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된 것은 가늠하고도 남을 일이다.

과거 그러했던 삼성전자가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며 어느 누구도 만만하게 보지 않는 초인류 기업이 됐다. 지난 2000년 이후 증시에서 자금조달 실적은 전무하다. 투자는 자체자금으로 모두 조달하며 오히려 매년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한 해 영업이익 규모만도 7조원을 넘고 있다.

증자는 삼성전자에게만 좋았던 것은 아니다. 현재 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된 A씨. 그는 98년 삼성전자에 자신이 가진 돈 2억원을 전부 쏟아 부었다. 그전 자산은 80억원 가량이었지만 여기저기 실패로 급감한 상태였다. 설마 삼성전자가 망하랴 싶은 심정으로 투자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은 채 삼성전자가 실시하는 모든 증자에 참여하고 매수도를 반복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A씨는 운때가 맞고 도중에 잘 사고 팔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98년 6월 실시한 유상증자만 참여했어도 수익률은 만만치 않다. 2억원을 원금으로 99년 유상증자까지 추가 자금 투입없이 주식을 보유하고 한편으로는 보유 주식을 팔아 증자에 참여했다고 가정해 보자. 99년말 평가액은 8억7000만원, 1년 반동안 수익률은 300%가 넘는다. 2억원만 투자한 뒤 그냥 보유하고 있었을 때보다도 1억원 가까이 더 많다. 추가로 50% 가량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벤처특별법이 만들어진지 꼭 10년째 되는 해다. 80년대부터 벤처기업은 있었지만 97년 IMF 외환위기 직전 만들어진 벤처특별법을 계기로 '벤처'라는 용어는 우리 사회에 급속히 퍼져갔다.

벤처 활성화는 '직접금융'이 활발했던 게 가장 컸다. 은행권의 대출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 대상인 벤처기업용 코스닥이 활황을 타면서 코스닥 상장전 벤처기업으로까지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당시 겪고 있던 IMF 외환위기를 신속히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장롱속 금모으기 운동이 우선 당장 나라의 빚을 갚는데 공헌했다면, 벤처 열풍은 위기 돌파구가 돼 준 것이다.

물론 거품으로 인한 폐해도 만만치 않았다. 2000년 전세계적인 IT 버블 붕괴와 함께 코스닥시장도 큰 폭락을 겪었고 2000년대 중반인 현재도 출발선을 회복하고 있지 못한 처지다. 벤처 졸부들의 어이 없는 행동과 갖은 불공정 거래 등으로 반(反) 벤처 정서마저 형성됐다. 여전히 코스닥은 2000년 초반의 그늘이 져 있다.

그러나 한편의 사기극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벤처 특별법이 10년이 되는 올해 어느덧 벤처업계는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연매출 1000억원 넘는 벤처 기업이 80여개가 탄생했고 대표 벤처중 하나인 휴맥스는 앞으로 2∼3년 후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올해 전반적으로 벤처 전체 매출은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벤처는 대기업이나 견실한 전통산업군과 나란히 어깨를 같이 하고 있다.

NHN이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것을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20개중 11개가 순수하게 벤처로 시작한 기업들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0월 열린 벤처코리아 2006년 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5년만에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3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의 10%를 벤처기업이 만들어 냈고 지난해에는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며 "벤처기업을 우리 경제의 중심에 세우고 세계 시장을 향해 힘차게 도전하자"고 벤처인들을 격려했다.

벤처는 이제 `신성장 산업의 4강 진입을 통한 기술강국 실현`을 목표로 오는 2008년까지 GDP 10% 생산, 수출 300억달러, 고용창출 200만달러라는 목표를 향해 전력 투구하고 있다. 



아직도 직접금융이 해야할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특히나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적으로 성장 동력 찾기에 혈안이 된 지금은 더욱 그렇다. 

정부는 몇년전 ▲디지털TV·방송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홈네트워크 ▲디지털 콘텐츠 ▲바이오 ▲차세대 전지 등의 10대 사업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선정, 해마다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또 벤처기업 육성에 이어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어느 것하나 만만한 분야는 없어 보인다.

바이오 신약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 보스턴 소재의 터프츠 의약품개발 연구센터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12억 달러, 평균 97.7개월이 소요된다. 비용과 시간 위험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개발을 진행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제껏 우리나라에서 개발 완료돼 미국 FDA 승인까지 받은 것은 LG생명과학의 팩티브, 그리고 SK케미칼의 선플라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유가 강세와 함께 대체 에너지가 세인의 관심을 받았다. 바이오 에탄올은 브라질에서 이미 상용화됐고 미국에서도 플랜트 건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이오 에탄올 개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왜 국내 대기업들은 나서지 않는 것일까.

김승우 이엔쓰리 대표는 "SK나 S-Oil 등이 바이오 에탄올에 대해 몰라서 투자를 안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들 입장에서는 제3자가 먼저 개발하고 사업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뒤 그 사업을 인수하는 방법 등으로 뛰어 들어도 늦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초기 투자비만 날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분야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리스크가 줄어든 뒤 뛰어 들어도 결코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승원 중소기업청 기획관리홍보본부장은 "혁신형 중소기업이든 신성장 동력 사업 육성이든 어느 곳하나 직접금융이 상당한 역할을 하지 않는 곳은 없다"며 "벤처기업 육성처럼 이들에도 직접금융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들어 화두는 '성장'과 '분배'다. 분배에 너무 신경쓰다가 성장이라는 도끼 자루 썩는 줄 몰랐다는 말도 나온다.

일단 이론적으로 이해해 보자. 저축을 통한 간접금융의 경우 가계 예금자는 이자밖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즉, 한 기업이 어떤 해에 100% 성장했다고 할 때 예금자는 기업 성장의 댓가로, 고작 5% 남짓의 약정이자만 가져가게 된다. 나머지는 기업과 기업의 주주, 그리고 은행이 가져간다. 이에 비해 투자를 한 주주들은 은행 대출상환금을  제외한 모든 성장의 열매를 자기 지분만큼 가져갈 수 있다.

이상적인 모델에서라면 직접금융이 간접금융보다 안전성은 떨어지겠지만 기업이 계속 발전한다면 월등한 수익률을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은행의 경우 과거 '대마불사' 대기업에만 여신을 집중했고, IMF가 터진 이후엔 가계 중심으로 안정 위주의 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자원이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으로 고르게 배분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안춘엽 증권선물거래소 조사팀장은 "직접금융과 뗄 수 없는 주주 자본주의는 장기·대량의 기업자금 특성과 단기·소액의 투자수요의 특성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주식과 주식시장을 기초로 성립됐다"며 "자원배분의 최적화를 통해 사회후생의 극대화를 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직접금융이 활성화하면서 현재의 부를 누리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단순히 주식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과 가계의 자산운용이라는 데서 벗어나 기업과 가계는 공동체라는 믿음으로 발전한 주식문화가 형성돼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직접금융을 활성화할 투자문화의 형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의 날' 제정은 이같은 투자문화 형성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신성장동력 육성이 시급하다. 올바른 투자문화 정착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직접금융의 활성화가 그 해답이 될 것이다.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 도움주신 분들 :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김일선 자산운용협회 이사,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임종록 한국증권업협회 상무, 최창환 대우증권 전문위원 (가다나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