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안정됐지만 신흥국은 인상…코로나 악화까지 악재 겹쳐"

by고준혁 기자
2021.03.24 09:02:30

하이투자증권 분석
브라질, 터키, 러시아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
"美 국채 금리 상승도 적지 않은 영향으로 판단"
"달러 및 위안화 안정은 그나마 다행…韓은 위안화 주시해야"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다소 안정되고 있지만, 그간 금리 영향에 휘둘렸던 신흥국 시장은 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흥국의 경우 자국통화 유출을 막기 위해 미국보다 더 선제적으로 긴축을 단행해야 하는 등의 이유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몇몇 신흥국은 코로나19까지 확산되고 있어 이들의 매력도는 더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주가지수(iShares MSCI Emerging Markets ETF·EEM)는 52.89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2월 17일 57.96달러로 사상 최고가에 도달한 이후 약 9% 하락했다.

이머징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 리스크가 커진 원인으로는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기조 전환을 들 수 있다. 최근 러시아와 터키 및 브라질 등 주요 이머징 국가들이 3월 들어 연달아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2015년 7월 이후 6년 만에 기준금리를 2%에서 2.75%로 인상했다. 이후 터기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17%에서 19%로 200bp나 올렸다. 특히 터기는 중앙은행 총재가 경질되면서 터키의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는 불안도 나타났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4.25%에서 4.5%로 25bp 기준금리를 올렸다. 지난 201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처럼 이머징 국가들이 수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선 배경은 물가압력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지만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즉,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하튼 이머징 국가들이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은 증시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브라질의 경우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미국을 넘어서는 동시에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기하는 등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둔화세를 보이던 인도 역시 2월 중순 이후 확진자 수가 재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코로나19가 진정되는 것과 대비돼 신흥국에 대한 금융시장 우려는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나마 신흥국에 위안이 되는 건 달러화 가치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박 연구원은 “달러화 안정은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며 “또한 최근 미·중 갈등 우려에도 위안화 가치와 원자재도 다행히 안정세를 유지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당분간 이머징 불안 요인 해소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국내 증시의 경우 미·중 갈등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위안화 흐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