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영재 기자
2014.08.25 09:25:13
''공무원연금 개혁'' 어느 공무원의 항변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대다수 공무원은 연금 하나만 바라보고 20~30년을 버티는 게 사실입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단순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요. 월급을 올려주든지, 정년을 보장해 주든지 해야 합니다.”
최근 만난 한 공무원의 말이다. 이 공무원은 행정고시 등 국가고시에 합격한 다음 임관할 때 근로계약서는 따로 쓰지 않았지만, 그때보다 앞으로 고용조건에 심각한 변화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며 일반 국민보다 높은 수준의 책무·청렴성을 요구하려면 처우개선 등 공무원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연금 손질 움직임에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역대 정부처럼 박근혜 대통령도 출범 초기부터 적자에 따른 거액의 세금투입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제기하며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공무원 노조는 벌써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공무원들을 배제한 밀실논의를 중단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직사회의 조직적 반발과 저항에도 ‘재정 대란’을 막기 위해선 공무원연금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 공무원연금에 투입된 세금은 12조 2265억 원에 달한다.
‘조금 내도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 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2021년 이후 혈세로 메워야 하는 공무원연금 적자규모는 한해 7조 원을 넘는다.
현재 공무원은 자신이 낸 돈의 2.5배를 연금으로 돌려받지만, 일반 국민은 1.7배를 받는다. 연금지급 시점도 일반인은 65세(1969년 이후 출생자), 공무원은 60세(1996년 이전 공직 시작)로 5년이나 차이 난다.
‘더 많이 더 일찍’ 연금을 받는 구조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특혜나 꼼수’로 공무원연금을 손질하면 국민적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도 애초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가 핵심과제 리스트에서 제외했던 연금개혁을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 넣으며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공공부문 개혁의 성패의 관건은 공무원연금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을 박 대통령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