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압박에 김선종 `줄기세포 섞어심기` 저질러

by조용철 기자
2006.05.12 10:30:10

줄기세포 확립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 등에 따른 결론
황교수, 대질신문서 "맞춤형 줄기세포 없다" 인정

[이데일리 조용철기자]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홍만표 부장검사)은 12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정란 줄기세포 섞어심기`를 김선종 전 미즈메디 연구원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황우석 전교수도 이번 수사과정(김선종과의 대질조사)을 통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섞어심기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논문조작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셈이다.



이날 검찰조사결과 김선종 전 연구원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줄기세포 확립을 심하게 독려하자 심리적 중압감과 책임감에 큰 부담을 가졌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발표된 NT-1번은 자가핵이식 방식에 의한 줄기세포로서 난자를 제공할 수 있는 여성의 경우에만 줄기세포 확립이 가능하다는 자체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또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기재된 바와 같이 NT-1번의 처녀생식 논란가능성이 있자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완전한 줄기세포 확립 및 상용화를 위해서는 타가핵이식 방식에 의한 소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확립해 조기에 발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NT-1 확립 이후 박종혁, 김선종 당시 연구원을 통해 NT-2 확립을 위해 수십회에 걸쳐 타가 핵이식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황 전 교수는 매번 `이것만 되면 되는데, 나는 더 여한이 없는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김선종 전 연구원에게 줄기세포 확립을 심하게 독려했다.

2002년 10월부터 김선종 전 연구원은 박종혁 당시 연구원을 보조해 줄기세포 배양업무를 함께 담당하다가 2004년 8월 박 연구원의 미국유학 이후 줄기세포 배양업무를 전담하게 되자 줄기세포 확립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 책임감이 가중됐다.



당시 김선종 연구원은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윤현수 교수에게 서울대 출장 연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가 거부되는 등 서울대 출장연구를 중단하려고 시도했다.

2004년 9월 17일경 김수 연구원이 핵이식을 실시한 후 24일경 세포관찰시 배반포로 형성된 것이 하나 확인되었고 그 상태도 좋아 보여 황 전 교수 뿐 아니라 권대기, 김수 연구원 등도 모두 줄기세포 형성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배반포 내부세포괴를 부착한 후부터 7일 정도 지나자 세포가 죽어가는 것으로 보였고 황 전 교수도 세포 상태가 안좋아지자 김선종 전 연구원에게 `계속 줄기세포가 만들어져야 된다. 만들어질 수 있겠냐`고 계속해서 물었지만 차마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줄기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황 전 교수의 줄기세포 확립의 기대가 매우 큰 상황에서 2004년 10월 5일 아침 세포관찰 시간에 NT-2번의 배반포 내부세포괴가 갑자기 영양세포에서 떨어져 나갔다.

김 전 연구원은 황 전 교수가 김 전 연구원에게 `어떻게 하느냐, 큰일이다`라고 하면서 큰 실망과 걱정을 하자 NT-1번 수립공로로 황 전 교수의 후원을 받아 미국 피츠버그대학으로 성공적으로 진출한 박종혁 연구원과 비교당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등을 갖게 됐다.

이에 김 전 연구원은 즉시 미즈메디 연구소로 가서 영양세포 접시에 자신이 배양하던 수정란 줄기세포의 일부 클럼프를 숨겨 서울대 연구실로 가져와 서울대 NT-2번 배반포의 내부세포괴와 섞어심음으로써 충동적·우발적으로 최초 줄기세포 `섞어심기`를 시도했다.



김 전 연구원은 1차 섞어심기 이후 최초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확립으로 서울대 실험실이 축제분위기로 바뀌고, 자신의 행위가 발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황 전 교수가 계속 줄기세포 추가 확립을 재촉하자 50여일만에 같은 방법으로 NT-3번에 대한 섞어심기를 시도, NT-3번 콜로니가 형성됐다.

이어 17일만인 2004년 12월 10일 같은 방법으로 NT-4, 5, 6, 7번에 대한 섞어심기를 실시해 12월 11일경 NT-4, 5, 6, 7번의 콜로니가 일거에 형성됨으로써 황 전 교수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서울대 연구원의 실수로 지난해 1월 9일 실험실 내에서 발생한 오염사고로 NT-4, 5, 6, 7번 줄기세포가 사멸했지만 이미 사이언스에 게재할 논문을 준비하면서 논문에 게재할 줄기세포 확립수를 11개로 정했으므로 줄기세포 수를 이에 맞추기 위해 김 전 연구원에게 추가 줄기세포 확립을 독려했다.

김 전 연구원은 줄기세포수가 11개로 정해져 있다는 말을 듣고 황 전 교수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다시 지난해 3월 7일 NT-8, 10, 11, 13번에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를 섞어심기하여 3월 9일경 NT-8, 10, 11, 13번 콜로니가 형성됐다.

지난해 4월 20일에는 황 전 교수가 오염사고로 사멸한 NT-4번의 체세포를 이용한 NT-4+번과 NT-14번에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를 섞어심기하여 지난해 4월 22일 NT-4+번과 NT-14번의 콜로니가 형성되도록 함으로써 황 전 교수의 기대에 다시 한번 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연구원은 2003년 12월 자신이 배양하던 NT-1번의 분화현상이 심해지자 미즈메디 연구소에서 확립한 수정란 줄기세포 Miz-1번을 섞어 함께 배양했다.

또 미즈메디 연구소에서 재직하던 중 1저자로서 2003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작성한 줄기세포 관련 미즈메디 연구논문 4편의 실험결과와 사진을 조작하고 조작한 논문 4편을 근거로 작성한 박사학위 논문을 한양대에 제출하여 지난해 8월 박사학위를 부당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연구원이 박종혁 당시 연구원이 황 전 교수의 추천으로 피츠버그대학의 새튼 연구실로 박사후연구과정을 가게된 것을 보고 학계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황 전 교수로부터 NT-1번을 수립한 박종혁 연구원보다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학자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