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영행 기자
2006.04.06 11:37:22
[이데일리 조영행기자] 아우디는 유럽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지만, 슈퍼카를 논할 때는 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이는 모기업인 폭스바겐 그룹 산하에 람보르기니라는 발군의 `슈퍼카` 전문업체가 자리를 잡고 있는 탓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1999년 폭스바겐에 인수된 부가티가 도로주행용 자동차로는 최초로 `시속 400킬로미터`의 벽을 깬 괴물차 `베이론`까지 내놓으면서 아우디는 아무래도 `점잖은 고급 승용차 브랜드`의 이미지가 굳어지는게 아닌가 싶은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고속질주를 향한 아우디의 피는 너무 뜨거웠던 모양이다. 오랜 모색과 방황 끝에 드디어 올해부터 슈퍼카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던 아우디의 슈퍼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지난해 11월 아우디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공표된 개략적인 설명 외에는 구체적인 사항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모터 스포츠 열혈팬들이라면 아우디가 `R8`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점 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R8은 `르망 24시간 레이스`의 제왕으로 불리는 아우디의 고성능 스포츠 카의 이름이다. F1, 인디 500과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스로 꼽히는 르망24시간 레이스는 한 바퀴에 13.48킬로미터인 경주로를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 주행기록을 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투어링 대회다. 자동차의 내구성과 지속적인 주행성능을 가늠케 하므로 각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특히 공을 들이는 시합이기도 하다.
R8은 바로 이 대회에서 최근 6년간 5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는 경이적인 기록몰이를 하고 있다. 2000년에 1,2,3위를 싹쓸이 한 것을 시작으로 2001년에 1,2위, 2002년에 1,2,3,7위를 차지하며 3년 연속 우승기록을 세웠다. 2003년 3,4위를 기록한 뒤 2004년 다시 1,2,3,5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도 1,3,4위를 휩쓰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물론 그동안 르망24시간 레이스를 휘어 잡은 R8은 레이싱 전용 차량으로 컨셉카 르망 콰트로를 양산 모델로 전환하는 R8과는 크게 다른 차량이다.
사실 아우디가 슈퍼카 개발을 시도한 것은 르망 콰트로가 처음은 아니다. 그 이전에도 1991년의 아부스, 2000년의 로제메이어 등이 컨셉카로 제작된 전례가 있다.
르망 콰트로는 `R8`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양산되며 아우디 `슈퍼카`의 적통으로 인정 받는 행운을 누리게 된 것에 의미가 깊다.
양산 모델인 R8은 컨셉카인 르망 콰트로의 기본 설계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르망콰트로는 혁신적인 ASF 스페이스 프레임을 포함해 람보르기니의 가야르도와 기술적인 공통점이 많으면서 또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된다.
르망 콰트로는 크기 면에서는 가야르도 보다 몸집을 키웠다. 우선 휠베이스가 2650밀리미터로 가야르도 보다 10센티미터 늘어 났다. 전체 길이는 4.37미터로 7센티미터가 길고 높이는 1.25미터로 8.5센티 미터가 높다. 넓이는 1.9미터로 같다.
양산 모델로 전환하면서 R8은 르망 콰트로에 비해 힘을 많이 뺀 모습으로 탄생할 전망이다.
르망 콰트로는 5.0리터 트윈터보 V10 엔진을 장착해 최대출력 610마력(제동마력 기준)의 힘을 발휘한 반면, 양산 모델은 출력이 400마력대로 낮아진다.
R8에는 가야르도에 탑재되는 5.0리터 V10과 RS4에 실리는 4.2리터 V8엔진 등 2가지 엔진이 장착될 예정이다. 5.0모델은 최대출력이 450마력, 4.2모델은 420마력의 힘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96킬로미터)까지 3.2초에 주파하는 컨셉카의 정지가속도 양산 모델에서는 상당히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가격대로 보면 R8은 람보르기니에 비해 약간 아래쪽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정확한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대략 12만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 소문대로라면 20만 달러 이상인 가야르도의 가격을 크게 밑도는 셈이며, 주경쟁 모델은 포르셰의 911, 애스턴 마틴의 V8 밴티지 정도가 될 전망이다.
르망 콰트로의 양산 모델 전환계획이 알려진 지난해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마틴 뷘터코른 아우디 회장은 "이 모델이 아우디 만의 스포츠성(性)을 나타내줄 것"이라며 슈퍼카 R8의 미래에 큰 기대를 내비쳤었다. R8이 어떤 모습과 성능으로 도로에 나타나게 될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