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매출 줄었지만, 국내 반도체株 '큰 피해'는 피할듯"
by고준혁 기자
2021.11.03 09:11:41
한화투자증권 분석
"IT하드웨어 업체, 수요 줄면 마진 방어해 공급 업체 불리"
"10월 美 ISM제조업지수, 수요 아닌 공급이 문제 확인"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애플 매출 감소로 국내 증시의 대표 업종인 반도체에 대한 악재가 하나 더 늘 수 있단 우려가 나오지만, 현 시점까진 확인된 바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공급 병목에 이어 수요가 줄어든다는 예측인데,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는 수요가 아직 탄탄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표적인 IT하드웨어 업체인 애플의 매출 성장 둔화가 수요인지 공급 문제인지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수요 측면에서 업황이 안 좋아질 때 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진 기업들은 가격 결정력을 바탕으로 마진을 방어할 수 있고, 반대편에 있는 공급업체들은 불리한데,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후자 쪽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일 발표된 10월 미국 ISM제조업지수에서 지금은 수요가 아닌 공급이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9월과 비교했을 때 대다수 업종에서 업황은 여전히 좋게 보고 있었지만 서플라이 체인 문제가 더 심각해진 것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ISM제조업지수에 따르면 수요는 줄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공급업체 위주인 국내기업에 심각하지 않단 것이다. 애플은 이번 3분기 실적발표에서 실적 전망을 말하는 가이던스를 생략하고 실적도 컨센서스를 하회하면서 주가 상승 동력이 약해졌다. 애플은 이에 대해 공급 병목 현상이 지속돼 부품 부족 및 생산 차질이 지연될 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애플은 매출이 변동돼도 항상 20%대 초중반 순이익률을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최종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부품 값을 깎을 여지가 있어서다. 김 연구원은 이 경우 수요가 줄 때 부품 공급사들이 가격 인하 압박을 더 받는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팔 데가 없다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여전히 공급 문제가 크다고 보기 때문에, 이와 무관한 주식에 대한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그는 “공급 병목이 해결되면 눌려 있는 국내 IT 기업들의 주가도 반등할 수 있겠지만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그래서 당분간 공급 문제에서 떨어져 있는 새로운 테마를 가진 주식들이 순환적으로 오르는 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IT는 천천히 접근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