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와글와글]與친박·비박계→친반기문·비반계?
by강신우 기자
2016.06.04 11:29:30
|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오른쪽)과 정진석 원내대표가 3일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함께한 뒤 음식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이번 전당대회는 곧바로 대선 레이스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당 대표만 뽑는 전대라면 누가 관심을 보이겠나. 빨리 대선후보 윤곽이 잡혀야 한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때문에 친박·비박도 모자라 친반·비반으로 나뉘는 게 아닌가 싶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한 의원은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박과 비박은 현재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파생된 계파인데 미래 권력인 반기문 총장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친반·비반으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죠.
당내에선 반 총장을 놓고 기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반 총장을 차기 주자로 점찍은 친박과 그를 경쟁자로 맞이해야 하는 비박계간의 미묘한 신경전이죠. 친박과 비박은 각각 “당연히 대선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안홍준 의원), “험난한 정치에 과연 제대로 발을 들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김성태 의원) 는 반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이 현재의 박 대통령에서 반 총장으로 그대로 옮겨가면 친반·비반으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름만 바뀌었을 뿐 권력에 줄을 서는 속성은 똑같습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일 “내년에 대통령 후보가 가시화되면 계파는 소멸되고 정리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래권력이 드러나는 순간 지금의 친·비박이라는 계파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겠지만 또 다른 계파가 스멀스멀 형성될 겁니다.
반 총장도 대선 출마를 시사하긴 했어도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권에서 미래권력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계파주의 혁파는 가능할까요. 국회 내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친박근혜계와 비박계라는 계파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결국 구심점이 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파당적 계파가 여럿 있어서 분파 활동으로 갈등을 부르고 특정인의 탈당을 조장하는 행위가 있다면 당에 대한 국민의 사랑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행위를 하는 의원들은 제명 등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도 했죠.
여기서 주목되는 건 “특정인의 탈당 조장”인데, 누굴 지칭하느냐가 궁금해집니다. 유승민 무소속 의원을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고 유 의원은 이미 탈당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 대한 탈당 조장행위가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역대 여느 대통령이 그랬듯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레임덕 조짐이 생기면 자연스레 탈당론이 나오겠죠.
대선을 1년6개월 남겨두고 있지만 벌써부터 미래 권력으로의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날 정 원내대표는 여의도 한 식당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만찬회동을 한 것도 이들 모두 대선 잠룡인 점을 감안하면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