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균의 Why not]나는 多주택자다

by남창균 기자
2011.06.08 09:33:17

[이데일리 남창균 건설부동산부장] 참여정부는 부동산 값이 치솟으면서 민심이 악화되자 여론의 뭇매를 대신 맞아줄 희생양이 필요했다.

다주택자는 이런 필요에 안성맞춤이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앉아서 고스란히 챙기는 불로소득의 화신, 그래서 배 아파하고 미워하기 딱 좋은 대상이었다.

2005년 8.31대책 두달 전, 아파트 36채를 보유한 무속인 등 투기혐의자에 대해 전격적으로 세무조사를 단행한 것은 이같은 사실을 보여준다. 이 무속인은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한달만에 10채를 매각한다.

참여정부는 다주택자를 잡으면 집값도 하락하고 수급불균형도 해소될 것으로 봤다. 다주택자들이 중과세를 못이겨 집을 내놓으면 새 집을 짓지 않아도 공급효과를 볼 수 있으며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주택자를 옭아맨 대표적인 규제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세(3주택자 이상 60%, 2주택자 50%)였다. 이른바 세금폭탄으로 다주택자들을 압박한 것인데,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다주택자들은 매각을 거부하면서 칼날을 비켜갔다.

이명박 정부들어 세금 중과는 대부분 무장해제됐다. 종부세는 대상자가 줄어들고 세율이 낮아졌으며 양도세 중과는 유예됐다.



최근들어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주택공급이 급감하자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시선은 `냉소에서 미소로` 바뀌고 있다. 다주택자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집을 사줘야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고, 이들이 임대를 놔야 전세난을 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택통인 권도엽 국토부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를 주택정책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로 삼겠다는 것을 공표한 셈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는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집으로 돈 버는 시대가 끝났다면 다주택자는 마땅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서민을 위해서 선의로 다주택자가 된 것은 아니라해도 행위의 결과가 서민을 위한 것이라면 백안시할 이유가 없다.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 다주택자는 임대주택 사업자로 변신하지 않는 한 주택을 보유해야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런 이유로 다주택자 정책은 임대주택 사업자 정책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이들이 적정 임대료의 임대주택을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민간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 20%를 공익임대로 전환하는 `공익임대사업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대료 차액을 보존해 주는 방식으로 민간임대를 공공임대로 활용하겠다는 묘책인 셈이다.

다주택자 활용법, 이제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