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용무 기자
2008.12.04 10:16:25
GS·CJ홈 사업철수..유일한 대기업 계열사
첫해 목표 미달..G마켓·옥션 극복 가능할까 촉각
[이데일리 유용무기자] 대기업들이 오픈마켓사업에서 잇달아 무너지면서 대기업 계열로 마지막 남은 '11번가(SK 커머스플래닛)'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SK텔레콤(017670)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는 11번가의 연착륙 여부가 오픈전부터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11번가의 파괴력은 당초 업계의 예상에는 크게 못미치는 분위기다.
"거래액 3500억원, 시장점유율 5%, 주간 방문자수 440만명, 주간 페이지뷰 8000만건."
G마켓·옥션을 넘어서겠다던 오픈마켓 11번가의 올해 예상 성적표다. 11월말 현재 외형규모는 2800억~2900억원 수준. 연말까지 3500억원의 거래액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초 밝힌 목표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정낙균 SK텔레콤 커머스사업본부장은 지난 2월 오픈간담회에서 '올해 거래액 6000억원 달성'을 자신했다. 결과적으로 목표치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거래액을 달성하는데 그친 셈이 됐다.
업계 양대산맥인 G마켓과 옥션의 올해 거래액이 각각 4조원과 3조2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10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시장점유율은 5% 내외에 머물러 있다. G마켓과 옥션의 점유율 합(合)이 90%에 육박하는 걸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방문자수(주간) 역시 업계 '빅2'와는 배 이상 벌어져 있으며, 페이지 클릭수를 의미하는 '페이지뷰(PV)'도 두 업체와의 격차가 8배 이상 나고 있다.
하지만 11번가 측은 첫 해 사업을 한 것 치고는 선전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이인복 11번가 1본부장은 "연착륙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내부적으로는 기대이상으로 선전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은 11번가가 업계 양대산맥인 G마켓·옥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가 여부다.
수백억원의 자금을 들여 오픈마켓 사업에 진출한 SKT로선 `업계 만년 3위`가 아닌 `리딩기업`으로의 도약이 목표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11번가로선 앞으로의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일단 외형 확대와 선두권과의 격차 축소 여부가 당면과제다. 11번가 측은 내년 거래액 1조 달성, 시장점유율은 7~8%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가능할 지 여부는 속단키 어려워 보인다. 특히 현재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녹록치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미 오픈마켓 시장 자체가 G마켓, 옥션으로 쏠려있는 상황에서 전세를 역전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엠플(CJ홈쇼핑)·GSe스토어(GS홈쇼핑) 등이 재빨리 사업을 철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11번가 스스로도 업계 '빅2'와 대적할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 고민스럽다. 11번가는 최근 내놓은 '110% 보상제'를 제외하곤 이렇다할 마케팅 전략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빅2'와 차별화된 전략도 눈에 띄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40% 가까이 벌어져 있는 선두업체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힐 묘수(妙手)가 없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11번가 측도 이를 인정했다. 이인복 본부장은 "선두 업체와 경쟁을 벌이려면 최소한 점유율이 40%까지는 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2~3년내에 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베이의 G마켓 인수 추진도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인수작업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11번가엔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내년 사업은 물론, 향후 사업 운용의 틀 자체를 새로 짜야하기 때문이다.
11번가 측이 우려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만일 옥션의 주인인 미국 이베이가 G마켓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획득할 경우 향후 오픈마켓 시장은 '이베이 천하'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역으로 11번가 입장에선 거대 공룡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인복 본부장은 "이베이의 G마켓 인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현재 (M&A추진)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기업인 SKT가 과연 언제까지 물량지원에 나설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SKT는 11번가의 조기 연착륙을 위해 올해 300억원(마케팅·광고·IT 등)에 가까운 비용을 쏟아부었으며,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요즘처럼 금융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신규사업에 마냥 투자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특히 TU미디어를 통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이미 경험한 SKT로선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SKT 측도 내년 중 11번가의 분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인복 본부장은 "3년 정도는 (모기업에)손을 벌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옥션이 손익분기를 맞추는데 4년, G마켓이 3년이 걸린 걸 고려할 때 우리도 그 정도의 시행착오는 겪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