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제품여권 대응…'탄소 포함' 산업 데이터 플랫폼 구축 착수

by김형욱 기자
2024.10.09 11:00:00

산업부·디지털플랫폼정부위,
''데이터 스페이스'' 구축 위한
가이드라인 용역 입찰 공고
"기업 기밀 보호하고 신산업 창출"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개별 제조기업의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포함한 산업 공급망 전반의 정보를 담은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를 통해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디지털제품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 제도에 대응하는 동시에 관련 신산업 창출을 꾀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산업통상자원부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디플정위)는 10일부터 내달 1일까지 나라장터 홈페이지에서 이 같은 DPP 대응 플랫폼 구축 가이드라인 용역 입찰 공고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EU는 현재 유럽 내 판매되는 제품에 DPP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려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중립이란 큰 목표 아래, 판매 제품 생산·유통·사용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이른바 탄소발자국 정보와 함께, 원료·부품 정보와 수리 용이성, 재생원료 함량 등 데이터를 디지털 형태로 소비자에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유도하고 자원·제품 재사용·재활용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산업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개별 기업이 자사 제품에 대한 DPP를 만드는 그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DPP에 민감한 기업 영업비밀 등 주요 정보가 포함돼 국외로 유출할 우려도 있다.



산업부는 이에 올 7월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전략을 통해 ‘데이터 스페이스(Data Space)’란 개념을 입힌 DPP 대응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도입을 추진해 왔다. 기존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방식은 중앙에서 개별 기업의 자료를 수집해 축적하는 형태였으나, 데이터 스페이스는 개별 기업의 데이터 주권, 즉 영업비밀을 보장하며 데이터의 통로(중계) 역할만 수행하는 방식이다.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이 탄소 정보 생산 경험이 적고, 영업비밀 유출 우려까지 있는 중소 소재·부품 협력사에 관련 데이터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어려움을 데이터 스페이스 방식을 통해 해소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주요국도 데이터 스페이스 방식으로 기업 간 산업 데이터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와 디플정위는 이번 DPP 대응 플랫폼 구축 가이드라인 용역을 통해 국내외 데이터 스페이스 구축 선진 사례·기술을 조사·분석하고 한국형 데이터 스페이스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가이드라인을 도출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민체감형 민간혁신 프로젝트 주관부처로 선정돼 이번 용역에 필요한 5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시대 큰 활용 잠재력이 있으나 기업 거버넌스나 보안 때문에 활성화하지 못한 산업 데이터 활용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 탄소발자국 데이터가 데이터 스페이스에 모이면 이와 관련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기업 공급망 컨설팅, 탄소발자국 검증 등 신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실 있는 가인드라인을 만들어 주요국과 상호 연계할 수 있는 데이터 스페이스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의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산업 데이터의 활성화와 우리 산업의 디지털·그린 전환, 연관 신산업 창출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디플정위 관계자도 “이번 과제를 통한 한국형 데이터 스페이스 구축의 진전을 기대한다”며 “디플정위도 성공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