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은비 기자
2024.09.04 06:00:00
통계청, ''8월 소비자물가 동향''
석유류 상승률 0.1% 그쳐…기여도도 전달보다↓
기재차관 "추가 충격 없다면 2% 초반 안정 전망"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이지은 장영은 기자]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 추세가 5개월째 2%대 상승률로 안정돼 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및 햇과일 출하에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에 도달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특별한 충격이 없을 경우 연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2% 초반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로 물가 수준 자체가 높아져 있는데다,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수요가 일시적으로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전월(2.6%)과 비교하면 0.6%포인트 내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3.1%로 높아진 뒤 지난 4월(2.9%)부터 5개월 연속 2%대로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유가와 농산물 상승폭의 영향이 이달 물가 상승률 하락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며 “유가의 경우 최근 국제유가 안정 및 지난해 8월 크게 상승했던 기저 효과가 있어서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직전 달(2.2%)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다른 근원물가 지수인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9% 올라 전월 대비 상승 폭이 0.2%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 8월(1.9%)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다.
향후 물가 전망도 밝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같은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앞으로 기상이변, 국제유가 불안 등 추가 충격이 없다면 소비자물가는 2% 초반으로 안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물가가 장기화 되면서 물가 레벨 자체가 높아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 폭염 영향으로 시금치 등 작황이 부진한 채소류 가격이 높아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수요가 높아져, 일시적으로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성수품을 역대 최대인 17만t 공급하고, 700억원 규모의 할인지원을 통해 성수품 평균 가격을 고물가 시기 이전인 2021년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한국은행의 목표치에 도달하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기초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주요국에 비해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정점은 미국·유로 지역보다 낮았고, 2% 수준에도 먼저 도달했다.
팬데믹 기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 6.3%가 최고치였다. 미국은 2022년 6월에 9.1%, 유로지역은 같은 해 10월에 10.6%로 정점을 찍었다. 김웅 부총재보는 “그동안 고물가로 국민들의 고통이 컸지만,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며 “선제적 금리인상 등 한은의 적극적 통화정책과 정부의 물가안정대책 및 건전재정 기조 등이 기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물가가 안정된 만큼 오는 10월 금리인하를 하고, 금융안정은 다른 정책을 통해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물가가 2.0%로 한은의 안정 목표로 수렴해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며 “10월이라도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야 된다. 금융안정 및 가계부채 증가세는 DSR 한도를 더 줄이는 방식으로 꺾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