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연구자들 그래핀 새로운 가능성 열었다..“지구 자기장 200만배 효과 관측”

by강민구 기자
2021.08.29 13:24:52

남동욱 난양공대 교수팀, 100테슬라 자기장 효과 구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싱가포르 난양공대 소속 한국인 연구자들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광집적회로 등에 쓸 가능성을 제시했다.

남동욱 난양공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사진=난양공대)
남동욱 난양공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팀은 수백 나노 크기의 구조체에 올려놓은 그래핀에서 지구보다 200만배 강한 수준인 100테슬라 크기의 자기장 효과를 구현하고,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했다. 1테슬라는 지구 자기장의 2만배이기 때문에 200만배 강한 수준의 자기장 효과를 만든 셈이다.

그래핀은 이론적으로 강철보다 100배 강하고 열·전기 전도성이 우수해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소재를 대체할 것으로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물질 내부에 전자가 있을 수 없는 에너지 대역인 띠뜸(Band Gap)이 없어 전기 전자 소재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실리콘 반도체가 띠틈이 적당히 떨어져 외부 에너지를 조절하는 반면 그래핀은 전기 흐름을 조절할 틈이 적었다.

연구팀은 그래핀에 강력한 자기장을 걸었을 때 그래핀이 띠틈과 같은 역할을 하는 특이한 에너지 준위(란다우 준위)를 만드는 것에 주목했다. 강력한 자기장을 활용하면 기존 실리콘 반도체와 같은 띠틈을 만들 수 있다. 란다우 준위를 활용한 그래핀 레이저를 구현하려면 최소 100테슬라에서 수백 테슬라 크기의 자기장이 필요한데 현재 연구용 초전도 자석(약 10 테슬라)으로는 만들 수 없었다.



이에 그래핀에 강한 응력을 가했을 때 기존 연구용 초전도 자석보다 수 배 이상 강한 세기의 자기장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체를 일정한 간격으로 만들었다. 이후 그래핀을 올려 그래핀과 구조체 계면에서 약 100테슬라 수준의 자기장 효과를 관측했다.

그래핀 레이저를 제작하려면 수백 테슬라 크기의 강한 자기장 효과가 최소 수십 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영역에서 구현돼야 하는데 이번 발견을 통해 기존 연구 대비 백만 배 이상의 넓은 영역(수 밀리미터 크기)에서 100 테슬라 이상의 자기장효과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광 집적회로와 광컴퓨터 개발 등에 기술을 쓸 수도 있다. 가령 물리적 한계 때문에 작게 만들기 어려웠던 가장 얇은 두께의 그래핀 레이저를 만들 수 있다.

논문의 제1저자인 강동호 난양공대 전자전기공학과 박사 후 연구원은 “초전도 자석과 같은 외부 장치 없이 기존 초전도 자석보다 10배 이상 강한 세기의 자기장효과를 그래핀에서 구현할 수 있다”며 “광컴퓨터 개발에 활용할 세상에서 가장 얇은 두께의 그래핀 레이저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체를 일정한 간격으로 제작한 후 그래핀을 그 위에 올린 모습의 구현한 이미지. 그래핀과 구조체의 계면에서 약 100 테슬라에 해당하는 자기장이 구현된다.(자료=난양공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