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누구, 공범 있나?”…미궁에 빠진 ‘구미 3세 사건’

by김미경 기자
2021.03.13 16:47:51

구미 3세兒 사건 둘러싼 미스터리
내연남 둘· 현 남편도 DNA 불일치
`아이 바꿔치기` 된 전말도 묘연
친모는 "내가 안 낳아, 할머니" 주장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반전에 반전이다. 경북 구미의 한 빌라 빈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살 여아의 친모가 최초 신고자인 외할머니 A(49)씨로 드러나면서,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숨진 여아가 A씨 친딸 B(22)씨의 딸로 알려져 아동 방치 및 학대 사건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였으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셈이다.

이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은 한 둘이 아니다. 친부는 누구이고, 사라진 아이 행방은 물론 공범 존재 여부도 풀리지 않고 있다.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1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A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딸이 낳은 아이가 맞다.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사진=뉴스1).
경찰 관계자는 13일 “유전자(DNA) 검사 결과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A씨가 죽은 아이의 친모로 밝혀졌지만 A씨는 여전히 ‘죽은 아이는 내 딸이 낳은 아이다’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죽은 아이와 바꿔치기 된 또 다른 아이의 행방에 대해서도 A씨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의 열쇠를 A씨가 쥐고 있다고 보고 A씨의 입을 여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먼저 A씨 접촉자 중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 남성들을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 A씨를 압박하고 있다.

경찰 측은 “현 시점에서 내연남이라는 표현은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도 “협조 요청 방식으로 의심스러운 남성들 중 일부를 특정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지목한 내연남 2명을 상대로 DNA 검사를 했으나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현 남편도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관계 불일치로 나왔다. 경찰은 A씨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또 다른 남성들을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 중이다.

구미시청 아동복지과와 협조해 바꿔치기 된 아이의 행방을 찾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A씨와 그의 딸 B씨는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숨진 아이의 친모로 알려진 B씨는 자신의 아이를 낳은 직후 출생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A씨는 아이를 낳았다는 병원도, 출생신고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통상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낳았기에 출생병원 등에 대한 기록도 없고,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와 내연남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결국 숨진 아이는 출생신고 없이 B씨가 낳은 딸 이름으로 양육된 것이다.

경찰은 숨진 3살 여아는 B씨 어머니인 A씨가 낳아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B씨가 낳은 여아는 출생신고 이후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A씨는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A씨의 이 같은 주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유전자 검사 결과와는 전혀 다르다. 국과수 검사 결과 숨진 여아와 A씨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수는 너무나 황당한 이 같은 사실에 2·3차 정밀검사와 확인을 거쳐 이를 경찰에 통보했다.

B씨의 이 같은 행동은 숨진 여아가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철석 같이 믿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알리고 싶지 않은 친정엄마 A씨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과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감안할 때 임신과 출산 시기가 B씨와 비슷했던 A씨가 자신의 아이를 B씨의 아이와 바꿔치기 했다는 의심을 굳히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바꿔치기된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외할머니인 A씨 외에는 모른다”며 “A씨로부터 약취한 아이의 행방에 대해 자백을 받고 그 아이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오후 3시께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빌라에서 3세로 추정되는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 시신은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사는 외할머니로 알려진 A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A씨는 지난 11일 B씨가 낳은 아이를 빼돌려 방치한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구속됐다. B씨는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수감 중이다. 숨진 여아가 자신이 낳은 딸이 아니더라도 당시 보호자 위치에서 아이를 방치해 굶어 숨지게 한 혐의다.

11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경북 구미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구미 3세 여아 친모로 알려진 ‘외할머니’ B씨가 11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