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LG, 손정의와 손잡고 AI 투자 확대할까

by박철근 기자
2019.07.07 14:18:28

삼성·LG·현대차 등 AI 투자·인재영입 박차
미래육성사업 선정..해외 스타트업 등에 투자
AI센터 설립해 전문적 연구도 진행
SVF와 AI 협업 넘어 펀드 조성 참여 여부 관심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4일 한국을 찾은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대화 내내 AI(인공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부차원의 육성·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저녁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005380) 수석부회장, 구광모 LG(003550)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의 화두 역시 AI였다.

국내 주요기업들도 AI의 중요성을 알고 대대적인 투자와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손 회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향후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와 협업뿐만 아니라 공동투자 등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만찬 회동 이후 손 회장은 국내 기업과의 AI 협업 확대 및 공동 투자 여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YES(네)”라고 답하며 협업강화를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AI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반도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에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8월에는 바이오, 전장부품, 5G(5세대 이동통신)와 함께 AI를 미래성장사업으로 정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 등 세계 7곳에 AI센터를 세우는 등 대대적인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의 시장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가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1만8365건)와 IBM(1만5046건)에 이어 1만1243건의 AI 관련 특허를 보유한 세계 3대 AI특허보유기업이다.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프로그램인 C랩에서도 AI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 전자전시회인 ‘CES 2019’에서도 AI기반의 C랩 우수과제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부회장이 해외 IT(정보기술) 기업을 만날 때마다 AI분야 협력을 논의하는 등 AI기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그룹 총수에 취임한 구광모 LG 회장도 AI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LG전자(066570)는 토론토 AI연구소장으로 세계적인 AI 석학인 다린 그라함 박사를 선임했다. 그라함 박사는 세계적인 AI 연구기관인 ‘벡터연구소’의 창립멤버로 인공지능망 분야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는 토론토 AI연구소를 AI 연구의 구심점으로 육성하고 이곳에서 확보한 기술을 로봇, 가전, 자동차, 에너지 제어 등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구 회장이 AI 관련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향후 SVF와의 협업 가능성도 높게 점처지고 있다.

현대차도 최근 2년간 AI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면서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의 자율주행기술을 개발중인 업체들에 전략적 투자를 실시했다. 지난해 10~11월에는 미국의 퍼셉티트 오토마타, 이스라엘의 알레그로 등 AI 기술개발 업체에 투자를 하는 등 자율주행차를 위한 AI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자체 AI 플랫폼 ‘클로바’의 상용화를 마쳤고 프랑스에 있는 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해 ‘네이버랩스 유럽’을 세웠다. 이곳에서는 AI를 기반으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만찬에 함께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036570) 대표는 2011년 AI를 차세대 핵심기술로 선정하고 R&D(연구개발) 조직을 만들었다. AI센터와 NLP(자연어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AI R&D 조직은 산하 5개 연구실에서 총 150여명의 R&D 인력이 김택진 대표 직속으로 근무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이뤄진 날 만남을 가졌지만 이번 회동의 주제는 단연 AI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회장은 RPA(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와 AI를 고령화·생산성 저하현상의 해결책으로 꼽고 있다”며 “일본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우리나라도 손 회장의 생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