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꽝 김기자의 1인방송 도전기⑪] 비공개 '영상' 에피소드

by김유성 기자
2015.12.19 09:32:58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동영상을 찍고 기사에 붙이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장의 느낌과 상황을 영상만큼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방송이 신문보다 더 큰 힘을 갖는 이치죠.

맥락을 함축한 영상 혹은 사진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정책 당국자들에게는 압박이 됩니다. 가장 비근한 예가 시리아 난민 5세 소년의 시신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시리아 난민 사태에 대한 전세계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텍스트만으로는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상은 때로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우리는 그 ‘상처’를 이미 경험하고 있습니다. ‘몰래카메라’라고 하죠, 이 몰카로 어떤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영상 저널리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 하나만으로 강력한 ‘메시지’가 되지만 분별없는 ‘유통’은 두고두고 화(禍)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속성상 영원히 ‘생생하게’ 남을 수 있습니다. 영상을 다룰 때 신중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이번에는 올 한 해 동안 찍었던 영상중 부득이하게 공개하지 않았거나 기사에 붙이지 않았던 영상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해보겠습니다. 장비가 뒤따라주지 못했거나 지나치게 길어서 자진 철회했던 영상입니다.

지난 11월 24일 포털 뉴스 IT 카테고리 상단에 ‘케이블TV에서 지상파 VOD를 못보게 될 수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내용인즉슨, 지상파 방송사인 MBC와 케이블업계 VOD 도매상인 ‘케이블TV VOD’간 협상 불발로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들이 무한도전 같은 MBC VOD를 볼 수 없게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최정우 케이블TV VOD 대표
당시 최정우 케이블TV VOD 대표가 직접 나와 협상이 난항에 빠져 있다는 점을 알리고 본인들 입장에서는 지상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상파 측에 협상 조건의 완화 혹은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 정확히 말하면 MBC의 요구 조건은 이렇습니다. 무료 VOD에 대한 대가 산정을 기존의 정액제에서 가입자당 일정 요금을 받겠다였습니다.

이는 케이블TV의 경쟁 플랫폼인 IPTV(KT 올레tv, SK브로드밴드의 Btv, LG유플러스 tvG)이 받아들인 사항입니다. 이 때문에 케이블TV 입장에서도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MBC는 IPTV에는 요구하지 않았던 조건을 하나 더 제시합니다. 제주, 울산 등 일부 지역 케이블사업자에 자신들의 VOD를 공급하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이들 케이블TV는 하나방송, 제주KCTV처럼 자체 브랜드로 자기 지역에서 케이블사업을 하는 사업자입니다. 77개 권역에서 자체 브랜드를 달고 케이블 사업을 하는 곳은 10곳입니다. 케이블 업계 내에서도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케이블TV 업계내 엄연한 ‘한 식구’입니다.

다만 지상파방송사들의 요구를 고분고분 듣는 IPTV나 전국단위케이블사업자(MSO)와 비교해 ‘강성’인 편입니다. MSO와 비교해서 잃을 게 적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자기들 실시간 방송 재전송료를 받지 못하니 지역단위 케이블사업자들이 ‘눈엣가시’입니다. MBC는 이들 지역 SO에 자신들의 VOD 콘텐츠를 공급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최정우 케이블TV VOD 대표는 24일 이날 결연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상파 측의 요구를 들어주면 케이블 업계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고, 그렇다고 이들의 요구를 안들어주면 중요한 지상파 VOD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경쟁 플랫폼인 IPTV에 뒤쳐지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안그래도 IPTV에 가입자를 빼앗겨 위기감이 고조된 곳이 바로 케이블TV 업계입니다.



저는 최 대표의 바로 옆에서 아이패드로 그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찍었습니다. 근접거리에서 찍다보니 긴장한 듯 떨리는 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있을 지상파 방송사와의 반응도 우려하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대표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특히 기자들 앞에서 말입니다. 입장을 바꿔 누군가가 ‘결연하게’ 말하는 제 모습을 옆에서 영상으로 찍는다면 무척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일문일답과 함께 최 대표의 근접 거리 영상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곧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후에 본인의 모습을 다시 본다면 어떤 감정을 가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메시지보다 최 대표의 인간적인 모습이 더 크게 비춰질까봐 걱정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지상파 측도 이 영상을 보고 분석할 것입니다.

얼굴과 목소리를 파는 연예인이라면 인간적인 고뇌의 모습이 방송을 타도 참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 기업인이 정말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 힘들게 말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 보게 한다는 게 지나친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케이블 업계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금도 협상중입니다. 이달말까지 협상 시한을 늘려놓았지만 협상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정말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들은 지상파TV 무료 VOD를 못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사용자들의 피해가 됩니다.

이 시점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IPTV에 준하는 요구를 케이블에 했으면 합니다. 개별SO들이 골치라고는 하지만 소수입니다. 그리고 케이블 업계가 여러모로 ‘멘붕’에 빠져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나치게 코너로 몰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지난달 17일에는 아프리카TV 플랫폼을 이용해 처음으로 개인방송을 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생중계를 했던 것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개인방송입니다. BJ가 게스트를 데려다 놓고 이것 저것 물어보고 ‘토크쇼’를 진행해가는 형태였습니다.

첫 인터뷰이는 이한범 한국방송장비협회 사무총장이었습니다. 한국 UHD 장비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서 이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과정은 아프리카TV를 통해 실시간 방송했습니다.

하지만 보는 이가 없었습니다. 한 두 사람이 방문해서 ‘지금 뭐하냐’라는 몇 마디 말을 남겨놓고 떠나는 게 전부였습니다. 재미없는 두 사람이 나와 UHD 방송장비 같은 어렵고 전문적인 얘기를 하다보니 시청자들이 있을리 없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뒤 방송을 다시 모니터링을 해봤을 때도 ‘재미없고 지루하다’라는 느낌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유튜브 업로드를 하지 않기로 했고 기사로만 처리했습니다. 밑에 첨부된 영상은 바로 어제 이 칼럼을 위해 업로드한 영상입니다.

지난 16일 열린 넥슨의 모바일데이에는 액션카메라 ‘고프로’를 갖고 갔습니다. 삼각대나 카메라를 들고 하루종일 현장을 누비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간편하게 고프로로 찍고 올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액션카메라가 갖는 장비의 한계입니다. 사운드가 너무 작게 녹음이 됐습니다.

이를 편집하려고 해도 회사에서 지급한 노트북은 동영상편집기가 구동을 못합니다. 윈도7에 기본 탑재된 무비메이커조차 활용할 수 없어 PC로 동영상 편집은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