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쌍용건설 0원 매각..추가 이익회수 '논란'

by김재은 기자
2013.02.24 14:22:47

채권단에 무상으로 지분 넘기면서 부실책임 회피
3자 매각 성공하면 수익 86%는 고스란히 챙기기로

[이데일리 김재은 김도년 기자] 쌍용건설(012650)이 결국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 8년여 만에 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키로 하면서 그동안 대주주로서 쌍용건설을 관리해온 정부에 대해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부실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쌍용건설 지분을 무상으로 채권은행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책임은 회피한 반면 매각에 성공하면 수익은 모두 챙기겠다는 ‘꼼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분 38.75%를 23개 출연기관들이 부실채권정리기금 출연 비율대로 나눈 이후 현황이다. 단일 대주주는 정부(캠코)에서 신한은행으로 변경됐다.
24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완전 자본잠식에다 2년 연속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면서 이번 주중 워크아웃을 신청한다. 2004년 워크아웃 졸업한 후 8년여 만이다. 시공능력 13위인 쌍용건설은 지난해 4114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본금은 1488억원으로 12위 두산건설(8773억원)의 17%에 불과했다.

쌍용건설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되고, 당장 이달 28일 만기가 도래하는 600억원 규모의 어음과 채권을 결제하지 못하면 부도를 맞게 된다. 전 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한 점도 워크아웃 신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단과 전 대주주인 캠코 간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어 워크아웃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의 ‘먹튀’ 행태가 논란을 빚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어 캠코 지분 38.75%를 부실채권정리기금 출연 비율대로 23개 출연기관들에게 무상으로 넘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이 10.28%로 단일 대주주로 올라섰고, 하나은행(5.66%), 우리은행(4.87%), 산업은행(4.06%), 외환은행(3.12%) 등도 지분을 떠안았다.



문제는 정부가 쌍용건설 지분을 채권단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부실책임은 모면하면서 추후 매각이 성사될 경우 수익은 모두 챙기겠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쌍용건설 지분을 채권은행에 넘기면서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2008년 3월 당시 투입한 1743억원보다 19억원 많은 1762억원을 이미 회수한 탓이다.

그러면서도 쌍용건설이 제 3자에 매각되면 기존의 기준대로 정부와 채권은행이 각각 86대 14의 비율로 수익을 나눠 갖겠다는 조항을 달았다. 쌍용건설 대주주로서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워크아웃 신청을 앞두고 그 책임을 채권은행에 떠넘기면서 추가 수익은 고스란히 챙기겠다는 속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주인 정부가 발을 빼면서 채권단에만 희생을 강요할 순 없다”며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로 도마에 오른 윤석금 회장보다 정부가 나은 게 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