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채 시작‥올해가 내년보다 낫다

by김현아 기자
2012.09.06 09:57:21

경기침체 장기화로 내년에는 채용 줄어들 듯
증권사 채용 줄어..은행은 예년 수준

[이데일리 김현아 김춘동 김경민 기자] 주요 대기업이 일제히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했다. 주요 그룹사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상장사 전체로는 줄어들 전망이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주식시장이 침체돼 증권사는 채용 규모를 줄였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주요그룹 위기체감도 및 대응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25개 그룹 중 36%가 ‘투자·채용 축소(16%)’, ‘투자·채용 축소여부 검토 중(20%)’ 으로 답하기도 했다.

취업 준비생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올해 도전해 보는 게 낫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채용을 확대했지만, 대졸 신입사원의 채용 경쟁률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국내 상장사 269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대졸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은 평균 65 대 1로 지난해의 55 대 1보다 더 치열하다.

대기업을 비롯한 올해 은행·증권사 채용의 특징은 이른바 ‘스펙(자격조건)’은 물론 학력이나 나이에 아예 제한을 두지 않는 등 채용파괴에 나서고 있다는 점. 지역할당제와 고졸 채용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도 늘린다.

아울러 기업마다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이색 채용 프로그램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삼성그룹은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3일부터 원서를 접수해 8일 마감한다. 대졸 신입사원 4500명, 경력사원 2500명, 전문대졸 사원 1500명, 고졸사원 4000명 등이다. 특히 대졸 신입사원의 10%를 각 대학 총장으로부터 추천받은 저소득층 출신으로 채울 계획이다. 디자인·소프트웨어 직군 등의 경우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의 절차를 모두 없애고 최종 면접만으로 채용한다.

현대차(005380)그룹은 9월 4일부터 3430명을 신규 채용하며 올해 처음으로 ‘숨은 인재 찾기 히든카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자동차, 상식, 역사 등 퀴즈를 푸는 등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SK(003600)그룹은 연초 계획했던 7000명보다 500명 늘려 사상 최대의 인재채용에 나섰다. 오는 12∼13일 홍익대 앞 상상마당에서 입사 희망자들이 자신만의 끼와 열정을 ‘블라인드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발표하는 ‘SK탤런트 페스티벌’을 연다. 여기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서류전형을 면제받는다.

LG(003550)그룹은 1일 LG하우시스가 LG전자가 3일부터 21일까지 지원서를 받는다. 한화(000880)그룹은 한화케미칼, 대한생명보험, 한화갤러리아 등 18개 계열사에서 신입사원을 채용 중이다. 학력 제한은 없으며 접수는 14일까지다.

STX(011810)그룹은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등 7개 계열사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20일~21일까지 지원하면 된다.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화재 등 15개 계열사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다. 오는 10월 9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해야 한다.

효성(004800)그룹은 섬유, 산업자재, 화학 등 11개 본부가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이밖에 코오롱(002020)그룹은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8개 계열사에서 인재를 채용한다. 17일까지 접수하면 된다.



이랜드그룹은 패션, 유통 등 6개 부문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다. 5일부터 17일까지 지원서를 작성해야 한다.

올해 증권사 취업은 시황을 반영해 좁은 문이 될 전망이다.

증권사 중 채용 규모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100명정도 뽑는다. 서류접수는 14일까지.

유화증권은 한자릿수 채용을 추진 중이고, NH투자증권 역시 일정은 미정이나 20명 내외 채용할 예정이다.

동부증권은 현재 접수를 받고 있는데 20명 정도 뽑는다.삼성증권은 8일 정오까지 지원서를 받는다. 모집인원은 00명이다.HMC투자증권은 10~15명 규모로 신진행 중인데, 9월 중순 서류 전형에 나설 예정이다.

KDB대우증권은 9~11월 전형을 실시, 대졸 공채를 약 50명(인턴중 전환 포함) 뽑는다. 지난해 하반기 98명을 채용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현대증권은 일반적으로 10월중 하반기 대졸 공채를 진행하지만 올해는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 대신증권 역시 하반기 대졸 공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나 규모와 시기는 미정이다.

점포를 20여 개 통폐합한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는 채용하지 않는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한 동양증권 역시 같은 안 뽑는다.

증권사 취업 준비생들은 그나마 하나대투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그룹사 차원의 공채를 하는 곳을 노려볼 만 하다.

하나대투증권은 하반기 하나금융그룹(은행·증권·카드 등) 공개채용을 10월께 실시할 예정이다. 이중 일부가 증권사 신입사원으로 채용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하계인턴과정을 수료한 28명과 9월에 시작하는 우리금융그룹 공채 응시자를 대상으로 전형이 진행된다.

증권사와 달리 주요 국내 은행들은 사회적 역할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채용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들은 경기 부진을 이유로 아예 신규 채용을 포기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민은행이 100명을 뽑으면서 스펙없이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는 것이나, 기업은행이 210명을 채용하면서 지역할당제와 장애인 등 소외계층 쿼터제를 도입한 게 눈에 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여러모로 비판을 받고 있는 은행들이 적극적인 신입 행원 채용과 파격적인 인사실험으로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