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실버백서)두개의 탈을 쓴 내 집 투자
by양미영 기자
2010.06.10 10:00:00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애 최대의 투자 규모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부동산으로 귀결된다. 물론 부동산 대세 하락기가 운운되고 예전처럼 내 집 마련이 재테크의 필수는 아니지만 그냥 보통 사람이라면 동물의 귀소본능처럼 일단 집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노후를 위해 훨씬 안심이 된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소유하고 있던 한 채의 집이 뜻밖의 수익을 가져다 준 경우가 많았다. 주택가격이 곤두박질친 미국에서조차 단독주택의 실질가치는 10년 전에 비해서는 아직 두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당장 노후가 닥치고 수중에 현금이 부족해질 때 보유주택을 유동화하는 것이 채권이나 주식만큼 쉽지는 않다. 간혹 부동산은 많은 자산가가 손에 쥔 돈이 없다는 경우도 듣게 된다. 또 집을 팔고나면 당장 살 곳을 찾아야 하는 고충도 따른다.
은퇴를 염두에 둔 부동산 관리는 어떻게 할까. 혹시 내가 은퇴할 시점엔 정말 애물단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최근 비즈니스위크는 55~65세를 사이를 중심으로 몇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굳이 50~60대가 아니더라도 노후대비로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한번 쯤 읽어두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다.
일단 시작은 다소 감상적이다. 가장 먼저 유념할 것은 평소에 내 집의 가치를 바로 나 자신의 입장에서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어릴적부터 살아온 향수나 워낙 오래 살다보니 지역사회와 형성된 끈끈한 관계를 생각해 집 팔기를 꺼릴 수 있게 되는데 너무 여기에 집착한 나머지 모든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따라서 집을 팔 필요가 있다면 정을 붙이고 살 다른 곳을 미리 물색해놓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곧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면 집을 팔아 은퇴자금 마련을 계산하기 마련인데 가능한 부동산을 포함하지 않은 채 관련 숫자들을 따질 것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어딘가에서든 분명 살아야하기 때문에 여유가 된다면 속 편하게 처음부터 아예 집을 투자로 보지 말라는 얘기다.
집의 가격이 워낙 높다면 일단 집의 크기를 줄여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는데 기왕 마음을 먹었을 경우 가능한 일찍 처리해 놓는 것이 여러 달걀 꾸러미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단, 부동산 처분 시 상당한 세금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 역시 중요하다.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부동산 자산을 너무 많이 보유해서도 안된다. 자산 다각화 차원에서는 절대 그릇된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자산의 3분의 1이상을 부동산에 담아두지 말 것을 조언한다. 유동화가 힘든데다 장기적으로는 부동산이 그다지 바람직한 투자 수단이 아닌 이유도 있다. 일례로 1990~2000년대 사이 미국 케이스실러 지수 주택 가치는 3%도 채 오르지 않아 같은 기간 15% 이상 오른 주식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 은퇴자들의 경우 별장 겸 두번째 주택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여기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예산 면에서 주택 비용이 단순히 두 배로 증가하는 셈이기 때문. 또 너무 성급하게 마련할 경우 실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장기 임대를 먼저 경험해 볼 것을 조언한다.
기존 집에서 계속 살면서 소득을 내는 방법도 있다. 바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돈을 굴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식이나 다른 자산에 투자하면 되는데 사실 꽤 위험한 전략이긴 하다. 역모기지 역시 요즘 대안으로 많이 부각되고 있지만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고 수수료가 상당히 비싸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또 갑작스레 이사를 해야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더욱 난감해질 수 있다.
이밖에 집값이 떨어질 때는 대개 집 팔기를 꺼리지만 그냥 먀냥 빈집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면 그 유지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과감한 손절(loss cut)을 조언하기도 한다.
사실 몇가지를 빼면 우리네 정서상으로는 다소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일부는 좀 여유있고 속편한 사람들의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 당장 노후자금이 필요하고 집을 팔아야하는데 향수와 별장이 무슨 소용인가. 그러나 내집 마련과 큰 집 갈아타기에는 열을 올리지만 정작 은퇴 후에는 집값 싼 시골로 가거나 연금으로 그럭저럭 살면 되지 하는 막연한 짐작만으로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실제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일단 30~40대라면 이를 고려할 시기는 짧게는 20~30년도 채 남지 않았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