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성 기자
2009.02.03 10:00:05
올해 -4.0%, 내년 4.2%..2년간 평균 `정체`
수출의존형, 실물경기 따라 `롤러코스터형`
IMF "바닥은 2분기, 본격회복 전환은 4분기"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대란이 오고 있는 걸까`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G20(선진 및 신흥 20개국)중 최악인 -4.0%로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이같은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인 4.2%의 빠른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지만 이러한 롤러코스터식 성장이 전개되면 한바탕 홍역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올해 -4.0% 역성장하고 내년에 4.2% 성장한다는 것은 앞으로 2년이 지나야 작년의 평균적인 소득과 일자리 등 경제상황에 복귀한다는 의미다. 2년간 사실상 정체상태라는 얘기다.
게다가 세계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좀처럼 가시지 않아 내로라하는 연구기관들 조차 불과 몇달을 내다보기도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미래 예측력을 맹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IMF의 사례만 보더라도 고작 두달만에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무려 -6.0p나 낮춰잡았다.
IMF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유달리 비관적으로 내다본 것은 과도한 대외의존형 경제의 문제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기침체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을 고려, 수출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이른바 `아시아 4마리용` NIEs(아시아신흥경제국)의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3.9%로 가장 크게 하향 조정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그 중에서 홍콩, 싱가포르, 대만 보다 경제 규모가 큰 세계 11대 경제국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 출발점은 `전대미문` 세계경기침체..수출의존형은 `롤러코스트 성장`
IMF 수정보고서의 출발점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실물경제로 본격 파급됐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두달만에 2.2%에서 0.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저치다.
미국 유로존 등 선진국 경제를 시작으로 세계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니 세계 각국에 수출해 먹고사는 우리나라 경제의 타격은 더 클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우려감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미국과 유로존을 필두로 보호주의가 꿈틀되면서 IMF가 우리나라 처럼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에 대해 더욱 비관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수출이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성장률 추락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수출이 작년 1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끝에 1월에는 사상 최악인 33%의 급감세를 기록한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올해 내수가 성장률을 5.1%p나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은 전통적으로 수출 동향이 우리나라의 소비심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수출 급감→소비심리 냉각→내수 침체→성장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제를 깔고 있는 셈이다.
IMF는 "세계 경제의 위축에 따른 수출급감 및 내수위축"을 우리나라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4.2%로 급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의 배경도 세계경제 전망에서 찾을 수 있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보다 2.5%p 개선된 3.0%로 예상됐다. 세계경제가 회복되면 우리나라 같은 수출주도형 경제의 경우 올해와 반대로 반등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 "바닥은 2분기..본격 회복의 전환점은 4분기"
IMF 수정 전망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는 2분기 또는 3분기에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분기대비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1분기 -0.8%를 기록한 뒤 2분기 제로(0) 성장에 이어 3분기 0.7%, 4분기에는 1.1%로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전년대비 성장률이 1분기 -5.1%, 2분기 -5.9%, 3분기 -5.7%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고려할 때 2분기나 3분기에 본격적인 회복의 전환점이 마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분기대비 성장률이 주요 선진국의 성장세를 넘어서는 동시에 전년대비 성장률 마저 플러스로 전환하는 4분기가 그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아누프 싱 IMF 아태국장은 "한국 경제가 올해는 역성장이 예상되지만 하반기부터 회복되면서 4분기 성장률이 세계경제 전망과 유사한 1%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는 우리나라 경제의 건실한 기초여건과 대외 충격에 대비한 정부의 종합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반등의 첫번째 요인으로 들었다. 또 중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라고 부연 설명하면서 세계경제 회복시 경기순환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은행 자본건전성 양호 및 낮은 부실채권비율 ▲기업재무구조 건전 ▲물가 안정속 적절한 통화·금융정책 완화 ▲경기회복을 위한 적절한 예산 편성 등을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작년 11월 이후 수출, 투자, 소비, 산업생산 등 핵심 경제지표의 급속한 추락을 놓고 볼때 2분기 바닥 형성 등 급속한 회복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문석 한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까지 저점으로 보고 3분기에 재정정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해왔는데, IMF 수정전망은 그 효과가 별로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사실상 3분기까지 안좋은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