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도진 기자
2006.12.15 10:30:37
노원 등 실수요자 강북러시.."내년 전세난에 시달릴바엔"
강남 재건축 막판 떨이..대출규제로 매수 심리 꺾여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11.15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강남. 강북 집값 양극화 현상에 역풍이 불고 있다.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이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이 양도세 중과, 종부세 등 규제로 가격이 뒷걸음친 반면 도봉구, 노원구 등 강북권 아파트는 전세난을 이유로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약진 중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의 아파트 시세 조사에 따르면 11.15대책 발표 직전 이후 한 달간 도봉구는 7.49%, 노원구는 6.9% 올랐다.
한 주간 평균 도봉구는 1.87%, 노원구는 1.72%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 서울지역 평균 한주간 상승률 0.66%보다 도봉구는 3배, 노원구는 2.6배 높았다.
반면 주요 강남권 지역은 11.15 대책의 여파로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송파구와 서초구는 대책 발표 이후 한 달간 각각 1.54%, 1.69% 오르는 데 그쳤다. 한 주 평균 각각 0.38%, 0.42% 오른 셈이다. 고덕주공을 중심으로 가격 오름폭이 컸던 강동구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강동구는 한 달간 1.7% 오르는 데 그쳤다.
11.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강북주요지역 아파트 가격이 뛰는 데는 서민들의 집값 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집값에 불안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사놓자"며 대거 주택 매입에 나서면서 이들이 주로 찾는 20~30평형대 중.소형 아파트는 호가가 연일 급등하는 가운데 그나마 나와 있던 매물마저 다시 들어가는 등 술렁거리는 분위기다.
특히 이런 현상은 서울 노원, 강북, 도봉 등 서민 주거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노원구 상계동 벽산아파트 17평형은 1주일 동안 평균 700만원이 뛴 9000만-9500만원 선이다. 입주 중인 월계동 롯데캐슬 24평형도 같은 기간 1000만원이 올라 최고 2억7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개발 호재가 있는 아파트는 가격 상승이 더 크다. 리모델링 추진 소문이 끊이지 않는 창동 상계주공 19단지는 최근 한달간 1000만-2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는 대책 발표 이후에도 소형은 1000-2000만원, 중대형은 2000-3000만원씩 오른 단지들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 1단지 인근 W공인 관계자는 "통상 연말이 비수기였는데, 이젠 성수기"라며 "내년 초 전세 대란이 우려되면서 서둘러 집을 사려는 세입자와 신혼부부 수요가 끊이지 않아,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주요 아파트 가격이 약 보합세를 보이는 데는 2주택자 양도세 회피 매물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한도가 줄고 있는 은행권 대출이 실수요자를 제외하고는 아예 막혀, 매수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강동구 고덕주공 7단지 21평형은 급매물이 6억3000만원선이다. 현 시세도 6억8000만-7억원선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현장 중개업자의 설명이다.
상일동 M공인 관계자는 "12월 말이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에 양도세 회피용 매물의 경우 올해 안에 잔금을 치르고 등기이전을 해주는 조건으로 매매가격을 몇 천만원씩 깎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재건축 단지에서도 시세 대비 몇 천만원씩 저렴한 급매물이 등장하면서 이달 들어 거래도 이뤄졌다.
개포주공 저층 1단지 15평형의 경우 현재 시세인 9억4000만∼9억5000만원보다 낮은 9억2000만∼9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인근 D부동산 관계자도 "양도세 회피 매물이 일부 나오고 있지만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다"라며 "그나마 매수 의사를 밝힌 수요자들도 `가격이 더 떨어지면 사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11.15 부동산 대책 이후 강북은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뛰는 반면 강남은 사실상 대출총량규제 효과로 매수세가 꺾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