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3.11.03 10:02:04
10·29대책 이후 청약률 떨어지고 곳곳서 미달사태
서울 10차동시분양 모델하우스엔 고객 평소의 절반
[조선일보 제공] ‘10·2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투자심리 위축으로 신규 아파트 청약률이 낮아지고, 일부 비인기 단지는 대규모 미달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분양시장도 정부 부동산 대책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양도세 인상, 아파트 담보대출 억제 등으로 가수요자의 청약은 줄어들 것”이라며 “과열 청약에 따른 프리미엄 거품도 사라져 실수요자에겐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규모 주상복합아파트는 전매가 금지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청약 과열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산한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의 대우건설 강남주택전시관. 이곳에는 다음달 초 실시될 서울 10차 동시분양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지인 영동주공 3차 재건축 아파트의 모델하우스가 꾸며져 있었다. 예전 같으면 관람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을 주말 오후였지만, 예상외로 모델하우스 내부는 한산했다. 명함을 돌리거나 호객행위를 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도 보이지 않았다. 한쪽 벽면에 나붙은 국세청의 투기단속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날 하루 모델하우스를 찾은 관람객은 500여명. 대우건설 서상배 분양사무소장은 “과거 동시분양 때보다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면서 “분양권 전매 여부나 투자가치 등을 묻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 롯데캐슬킹덤 등 나머지 동시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도 주말 관람객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천호동 ‘e편한세상’ 김진오 분양팀장은 “이젠 과거처럼 높은 경쟁률보다 계약률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가수요 이탈로 청약률 하락=수도권과 지방 아파트도 가수요자들이 청약을 기피하면서, 청약률이 급락하고 있다. 10·29 대책 이후 처음으로 청약을 접수한 안산 원곡동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는 지난달 30일 1순위에서 평균 1.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책 발표 이틀 전 인근에서 분양했던 안산8차 푸르지오(4.45대1)에 비하면 청약률이 크게 떨어진 셈이다. 한화건설 봉희룡 상무는 “아파트 분양시장 흐름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브랜드와 입지여건이 다소 떨어지는 아파트는 1순위 청약에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수원 망포동 극동미라주(0.29대1), 광명 소하동 우림루미아트(0.93대1), 천안 용곡동 엔리치타워(0.15대1) 등은 모두 1순위에서 청약자를 채우지 못했다.
◆과열로 치닫는 소규모 주상복합=일반 아파트와 달리, 아직까지 전매가 자유로운 300가구 미만 소규모 주상복합은 ‘10·29 대책’에도 아랑곳없이 이상 과열 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달 29~30일 청약했던 광진구 노유동 트라팰리스는 일반분양된 153가구에 2만9070명이 몰려 19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청약 신청금만 8100억원에 달했다. 풍림산업이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한 풍림아이원레몬도 39가구에 620여명이 청약해 평균 1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대표는 “전매제한이 시행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청약 과열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투기세력이 조장하는 프리미엄 거품으로 실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