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나는 한국판 툰베리”…기후위기에 팔걷은 500명 시민들

by공지유 기자
2021.08.08 14:23:57

7일 탄소중립시민회의 출범식
국민 시각에서 본 '탄소중립'은…"작은 실천이 중요"
"이상기후 심각…지속 가능한 사회 만들어야"
9월 대국민토론 후 10월 '탄소중립' 최종안 발표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기후위기는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청구서입니다. 지금 지불하지 않는다면 자녀 세대가 이자까지 붙여 지불하게 될 것입니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0’ 달성’이라는 뜻을 가진 시민이 한자리에 모였다. 10대부터 80대까지 전국 500여명으로 구성된 시민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적 목표를 국민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부의 계획안 마련에 목소리를 내게 된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위원장 김부경 국무총리·윤순진 서울대 교수)에서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탄소중립시민회의 출범식이 열렸다.

7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탄소중립시민회의 출범식’에서 10대 시민대표 이수(17)양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앞서 탄중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고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3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된 초안은 온실가스 배출량(7억 2760만t·2018년 기준)을 2050년까지 0t, 1870t, 2540t으로 감축하는 게 핵심이다.

탄소중립시민회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안을 도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반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전국 15세 이상 국민 중 지역·성별·연령·직업·학력별로 무작위 추출한 50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출범식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세대별 대표 6명이 현장에 참석했으며, 나머지 시민회의 참여단들은 줌 화상회의를 통해 참여했다. 시민들은 평소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다가 기후위기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시민회의에 참여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10대 대표로 현장에 참석한 정의여고 1학년 이수(17)양은 “올해 작년보다 폭염이 심해지는 등 기후가 빨리 변해가는 걸 느끼면서 일상에서의 환경오염이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며 “시민회의 참여단으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감을 가지고 향후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시민들 대표로 나온 전우식(73)씨도 “현재 젊은 세대들은 제가 젊은 시절 누린 맑은 공기와 같은 것들을 누리지 못해 안타깝고 기성세대로서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탄중위와 시민회의의 관심과 노력이 이상기후로 인하 재난과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 수준까지 만드는 데는 동의하지만 국민과 기업의 부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우식씨는 “처음 탄소중립을 들었을 때는 탈원전과 관련해 걱정이 됐지만 시나리오를 보니 심각한 이상기후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대가 됐다”면서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너무 과하게 할 경우 기업이 위축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40대 시민대표 문경주(48)씨는 “현재는 저탄소 제품 산업에 대한 지원정책이나 건설현장에서의 추가적 지침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단순히 고탄소 기업에 탄소배출을 줄이라는 게 아니라 탄소배출을 하지 않고도 동등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산업에 대한 우대정책에 대한 방향이 최종 시나리오에서 구체화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순진 탄중위 민간위원장은 “시나리오 초안 공개 이후 ‘탄소중립 포기’라는 비판과 ‘과도한 시나리오’라는 반박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는데, 정부 차원에서만 결정한다면 오히려 치열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일반 시민의 시각을 반영한다면 보다 타당하고 정교한 시나리오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탄중위 위원도 “지난해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수립할 때도 국민참여단의 활동으로 전기요금 산정 원칙을 확립하고 2040년 이전 석탄발전 중단 등과 같은 정책화가 가능했다”면서 “정해진 탄소 예산 한도 내에서 행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시민회의에서는 8월 중 2050 탄소중립,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관련해 학습과 숙의 과정을 가지고, 9월 중 시민 대토론을 통해 일반 시민의 시각에서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탄중위는 이해관계자 및 국민의 의견 수렴 후 10월 최종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NDC 확정 역시 10월 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