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대이하 2분기 실적…日 제재로 하반기 `시계 제로`
by양희동 기자
2019.07.07 14:18:23
2분기, 디스플레이 일회성 보전금 빼면 예상치 하회
日 수출 제재 빼고도 하반기 실적 회복 어려운 상황
반도체 소재 수급 어려워지며 메모리 직격탄
성원용 서울대 교수 "3개월 공정서 한달 재고 무의미"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사업의 일회성 손실 보전금 덕분에 올해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인해 올 하반기는 시장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불과 2~3달 전까지도 올 한해 실적 전망을 2분기에 바닥에 이른 뒤, 하반기 스마트폰 등 제품 성수기가 겹치며 실적이 회복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예측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일본의 수출 제재까지 겹치는 최악의 대외 경영 환경 속에 연내 실적 회복은 사실상 어렵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올 들어 6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재 수급 불안이란 돌발 변수가 터져 나오며, 생산 차질까지 염려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실적 컨세서스(전망치)는 매출 58조 1773억원, 영업이익 7조 3445억원으로 지난 5일 발표된 2분기 잠정실적(매출 56조원·영업이익 6조5000억원)보다 각각 3.88%, 12.9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올 2분기 실적이 애플에 공급한 OLED패널이 신제품 판매 부진으로 인한 손실 보전금(약 7000억~9000억원 추산)이 포함돼 실제 영업이익은 5조원 중후반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3분기 이후 실적도 일본의 수출 제재 변수를 빼더라도 영업이익이 6조원 대 수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기존 추정치는 3분기 6조 4000억원, 4분기 5조 7000억원”이라며 “메모리 가격의 구조적 하락세와 무선사업부의 지속적 부진 등으로 추정치를 넘어서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애초 하반기엔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애플 등 주요 업체들의 고사양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하반기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은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 집중으로 수요 회복을 기대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제재 조치가 지난 4일부터 시작되면서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좀 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기존 예측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은 반도체 등의 생산 공정에서 필수적인 소재들이다. 이들 품목이 제재 대상에 오른 뒤 삼성전자는 사장단과 임원을 포함한 관련 임직원들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도 이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재계 총수 회동마저 불참하고 일본 현지로 긴급 출장을 떠나, 현지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 소재 수급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소재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반도체 공정의 특성 때문이다. 자동차 등 일반적인 생산 공정에선 일부 소재나 부품이 부족할 경우 공장을 일시 정지하며 수급 상황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는 24시간, 365일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공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가 투입된 이후 실제 메모리 완제품으로 완성될 때까지 약 3개월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두달치 재고 등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원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공정은 완성품이 나오는데 석 달까지도 걸리고 첨단공정일수록 시간은 더 소요되기 때문에 도중에 재료가 떨어지면 중간 공정에 있는 반제품들은 다 망가지거나 추후 회복해도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며 “지금 웨이퍼를 새로 넣는다고 가정하면 가장 안전하게 생산하려면 최소 3개월 치 재고가 필요하고, 만약 한달치 밖에 없다면 재고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급이 불안해지면 오히려 최소 3개월 이상의 재고가 꼭 필요하고 그보다 적다면 생산 현장에선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