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천승현 기자
2014.07.21 09:06:17
서울고법, 하이트진로음료 시정명령 취소소송 기각
재판부 "과도한 금품 등 지원으로 경쟁사 대리점 계약 중단"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대기업이 물량 공세로 영업력이 취약한 경쟁사의 거래처를 가로채면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거래 당사자 간 정당한 협상을 거쳤더라도 경쟁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지원이 이뤄졌다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는 판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하이트진로(000080)음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기각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음료가 부당한 방법으로 경쟁 사업자의 대리점을 뺏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하이트진로음료는 정당한 영업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이 사건의 쟁점은 하이트진로음료가 대전·충남지역의 중소 생수 사업자 마메든 소속 대리점 8곳을 자사 거래처로 바꾸는 과정에서 정당한 방법을 사용했는지 여부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음료가 대리점들에 과도한 공급단가 할인 및 무상제공, 무이자 현금대여 등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부당하게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했다고 지목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마메든 측에서 8개 대리점들에 대한 출고를 일방적으로 중단하자 대리점들이 자발적으로 거래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경쟁사의 대리점을 가로챈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공급단가, 물량 지원 등의 계약 조건은 회사와 대리점간의 정당한 협상을 거쳐 도출한 결과일 뿐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을 벗어난 과도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하이트진로음료 직원이 작성한 품의서를 근거로 이 회사가 영업행위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품의서에는 “담당의 꾸준한 영입 접촉 결과 당사로 구좌 전환을 결정했고, 경쟁사와의 영입 경쟁에서 담당자의 꾸준한 인맥 관리로 영입에 성공했다”고 명시됐다.
하이트진로음료는 8개 대리점들에 출고가의 14%를 장려금으로 지급하면서 다른 대리점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했다. 각 대리점의 월 평균판매량 대비 600%를 무상 제공키로 약정했다. 이에 따라 2500원짜리 생수 제품을 8개 대리점에 평균 808원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하이트진로음료가 대리점들이 마메든과의 계약 중도해지를 할 수 있도록 소송비용도 지원한 점도 불공정거래행위의 근거로 지적했다.
재판부는 하이트진로음료가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부당하게 활용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시장점유율 11%의 3위 사업자 하이트진로음료가 소규모 지역 사업자보다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활용해 해당 대리점들이 계약기간 중인데도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면서 거래를 중단하게 했다”면서 “이는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