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새로운 성장방식·차별화가 답"

by김도년 기자
2013.01.02 09:57:01

''신한 재창조'' 목표..새 정부·글로벌 환경 변화에 철저 준비"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한동우 신한금융지주(055550)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한 때 은행을 견인한 주택담보대출은 더는 주력 상품이 아니며, 카드업도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새로운 성장 방식과 차별화 요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또 “채널 전략과 조직 운영 방식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할 방법, 기존 마케팅 방식을 대체할 수단, 인력 육성과 배치에서 효율성을 높일 방법이 무엇인지 심도 있는 검토와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예산을 줄이는 비용 절감은 이런 구조 변화에 대처하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어 전사적인 관점에서 사업 모델, 조직 구조, 운영 체계 등의 근원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 가족 여러분! 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아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으로 신한금융그룹을 성원해 주시는 고객과 주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신한 가족 여러분의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임직원 여러분,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저성장과 저수익, 고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유로존 위기는 실물경제로까지 전이되었으며, 회복의 기미를 보이던 미국에서도 새로운 위험 요인들이 연이어 대두하고 있습니다. 중국 등 신흥국들의 성장 역시 둔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최근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가계 부채 문제는 여전히 잠재적인 리스크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경기 침체와 규제 강화 등으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금융권 최고의 자리를 굳게 지켜낸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출범시킨 CIB와 WM 사업부문도 착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신한인의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라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한 가족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앞으로의 금융 환경은 절대 밝지 않습니다. 경제적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사회적인 불안정성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정책 및 규제 환경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지금까지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해 온 신한에게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일수록 성공의 비결을 ‘운’에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운 좋게 옳은 길을 선택한 기업이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연구를 오랫동안 계속해온 짐 콜린스는 이러한 통념을 부정했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 속에서도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기업이 처해있는 환경이나 운이 아니라 이에 대처하는 기업의 행동이었다는 것입니다.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해, 좋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예기치 못한 불운의 충격을 최소화한 기업들이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신한금융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가지로 어렵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환경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신한을 창조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불확실성에 대해 더욱 철저하게 분석하고 준비함으로써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초석을 다져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한금융그룹은 2013년 전략목표를 ‘신한 재창조’로 설정하고, ‘Great 신한을 위한 준비’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네 가지 전략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 환경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성장방식과 차별화 요인을 만들어내야 하겠습니다. 금융 환경의 변화로 과거에 통했던 성장 방식과 차별화 요인들은 그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 때 은행의 성장을 견인했던 주택담보대출은 더는 주력 상품이라고 할 수 없으며, 저성장, 저금리로 수신이나 투자상품의 차별성도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혜택으로 차별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왔던 카드 비즈니스는 이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자산 성장의 제약으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상황입니다. 주식 거래 수수료에 기반을 둔 금융투자의 소매사업은 거래 규모 및 마진 축소로 구조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빠른 성장을 구가하던 생명보험도 저금리로 인한 운용 수익의 감소 등으로 앞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방식과 차별화 요인을 반드시 만들어내고 찾아내야 합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나, 그룹사 간에 시너지 영업을 추진할 때, 그리고 글로벌 사업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면서도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영역에 대해서는 꾸준하게 투자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하나하나 실행 방안을 구체화해 나가야 하며, 이를 통해 신한의 미래를 견인할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신한 재창조’의 핵심 원리입니다.

두 번째는 시스템 변혁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입니다. 자원 배분의 기본적인 원칙은, 가장 큰 효과가 예상되는 영역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성장, 저수익, 고위험으로 경영 환경이 바뀌면 자원 투입의 효과에 대한 기존의 예상이 빗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변화된 환경을 고려해 자원 배분의 적정성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채널 전략과 조직 운영 방식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할 방법은 무엇인지, 기존의 마케팅 방식을 대체할 좀 더 효과적인 수단은 없는지, 그리고 인력의 육성과 배치에서 보다 효율성을 높일 방법이 무엇인지, 심도 있는 검토와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최근 수익의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흐름에 따른 구조적인 변화입니다. 단순히 예산을 줄이는 방식의 비용 절감은 이러한 구조적인 변화에 대처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전사적인 관점에서 사업 모델이나 조직 구조, 운영 체계 등 근원적인 변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에 의한 비용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세 번째로, 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요즘처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고 잠재적인 위기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리스크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결정됩니다. 신용공여를 업으로 하는 금융회사에 있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자산 포트폴리오에 있습니다. 현재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리스크가 커진 영역은 성장을 제한하고,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자산으로 이를 대체하는 ‘자산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꾸준히 추진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가계대출이나 거액 기업여신 등 위기 발생 시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모니터링과 심사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재무적인 안전장치를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그 밖에도 고객정보 관리, 금융소비자 보호 등, 여러 가지 규제 환경의 변화에 따른 리스크 요인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보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놓아야 하겠습니다.

네 번째는 따뜻한 금융의 현장에서의 실천입니다. 제가 따뜻한 금융이라는 화두를 제시한 이후, 지난 한 해 동안 조직 내에 그 취지를 전파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그룹의 임무 정립을 통해 따뜻한 금융을 그룹의 가치경영체계 속으로 편입시켰습니다. 올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따뜻한 금융을 경영 관리 시스템에 반영하여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그 첫걸음은 고객 중심의 영업을 현장에서 확실히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신한의 성장이나 수익뿐 아니라, 고객의 이익과 편의성 증대를 위하여 시너지 전략이나, 현장의 영업 방식, 평가 체계 등 모든 면에서 공생의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하겠습니다. 따뜻한 금융은 단순히 대외 이미지 제고나 사회 공헌 활동을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한금융그룹의 존재 이유이며, 영업에서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품과 서비스의 차별성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는, 따뜻한 금융을 통해 구축한 고객과의 깊은 신뢰관계가 더욱 강력한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한 가족 여러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 아문센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승리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며, 사람들은 이를 행운이라 부른다. 패배는 미리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오며, 사람들은 이를 불행이라 부른다. 아문센은 남극탐험이라는 매우 위험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철저한 분석과 만반의 준비를 통해 자신의 뜻대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오랜 노력과 훈련을 통해 강한 체력과 스키 실력을 갖췄으며, 에스키모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남극 탐험에 필요한 기술을 익혔습니다.

탐험을 앞두고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식량과 물품을 충분히 준비했으며, 눈보라 때문에 식량 저장소를 지나치지 않도록 여러 개의 표식을 설치했습니다.

라이벌이 귀족으로서의 자존심과 풍부한 물질적 지원에 자만하고 있을 동안, 아문센은 어떤 우발적인 사건들이 발생할지 모르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 고정관념을 버리고 철저하게 현장에 맞게 준비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경영환경도 남극 탐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매우 어렵고 힘든 여정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는 그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아문센의 성공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각자 맡은 영역에서 최고의 실력을 키우고, 잠재적 위험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이에 대응할 방법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재무적인 건전성을 튼튼히 해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을 때에도 그 충격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운 좋게 우연히 찾아오는 성공은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성공도 없습니다.

행운을 기다리는 대신, 행운을 준비하고, 행운을 만들어 나가는 ‘아문센 경영’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신한의 것으로 만듭시다. 올 한 해도 변함없이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